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는 9일 가결이냐 부결이냐에 따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권력지형도 출렁거릴 전망이다. 특히 ‘압도적 가결’ ‘턱걸이 통과’ ‘부결’이라는 세 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친박계 주류와 비박계 비주류가 벌이는 당 주도권 싸움의 향방도 결정된다. 치열한 헤게모니 다툼의 결과에 따라 당 해체 후 재창당, 분당, 탈당 등 향후 새누리당의 운명도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의 본회의 통과는 200명의 의결정족수를 필요로 한다.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야 3당과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 등 172명이 모두 찬성한다면 새누리당에선 최소 28명이 가결에 나서야 한다. 현재 비주류를 중심으로 모인 비상시국위원회는 공식적으로 탄핵 찬성 숫자를 35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간 판단을 유보했던 비주류 의원들과 계파색이 옅은 중립지대 의원들이 가세해 220표 이상의 숫자가 나오면 비박계에 당 주도권이 넘어갈 공산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안이 넉넉한 표차로 통과된다면 부결을 종용했던 친박계 지도부와 강성 친박계가 불신임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에 탄핵 반대표를 던지는 것으로 ‘공천 부채’를 청산했다고 여길 친박계 초ㆍ재선들이 급격하게 계파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주류가 당 주도권을 쥐면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일부 친박 주류의 인적 청산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비주류는 그간 ‘당 해체 후 재창당’을 개혁의 청사진으로 제시했고, 재창당 과정에서 친박계 솎아내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비주류 일부가 이탈해 찬성표가 200표를 가까스로 넘길 경우 탄핵안 통과 여파로 당장은 친박계가 타격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당권을 놓을 것 같지는 않다. 친박계는 이탈 없이 반대표를 행사한 셈이고, 비주류 입장에선 당내 확장성의 한계를 확인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심정적 분당 상태에서 비주류 소수파로 수세임을 확인한 비박계의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여권 안팎의 관측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주류는 같은 당적의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비주류 세력의 축출에 나서고, 비주류는 촛불민심을 거스른 친박계를 향해 인적 청산을 계속 요구한다면 ‘이대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결별의 순간을 맞을 것”이라며 “결국 수가 적은 비주류가 분당해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핵이 아예 부결된다면 비주류의 입지가 매우 좁아질 전망이다. 친박계 지도부는 부결이라는 결과를 곧 지도부 재신임으로 해석해 총사퇴를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비박계가 탈당해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제4지대에서 뭉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부결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만에 하나 그런 결과라면 거취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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