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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10년 넘게 세계 1위 관련 공무원 달랑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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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10년 넘게 세계 1위 관련 공무원 달랑 2명

입력
2015.01.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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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1개 과에서 전담 설정

범부처 통합 컨트롤타워 시급

지역 현장 인력도 시군구당 1명

그마저 다른 업무 함께 떠맡아

올 자살예방사업 예산 85억

게임중독 예산 170억의 절반

‘국민은 자살위험에 노출되거나 스스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하 자살예방법) 제3조 제1항의 내용이다.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 법 조항은 사문화 된 것이나 다름없다. 36분당 1명, 하루 40명꼴로 자살이 주위에서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는데도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 제자리 걸음만 걷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대통령직속이라도 다를 바 없다”

국내 자살예방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정신건강정책과. 이곳에는 사무관, 주무관 등 달랑 2명이 자살예방사업을 맡고 있다. 10~30대 사망원인 1위, 전체 사망원인 4위를 기록 중인 자살 문제를 관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복지부 1개 과에서 자살과 관련된 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무리이다. 범부처를 통합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은 수많은 사회적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범부처간 연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현재 복지부 내에서도 업무협조가 어렵다”며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 제정 후 후생성에 있던 자살예방부서를 내각부로 이동시켜 자살예방정책을 강화한 일본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일본은 국립정신건강연구원(NIMH) 산하에 자살예방센터를 두고 정부가 직접 자살예방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무총리실 산하에 자살예방 담당부서를 설치해 정부가 직접 사업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안용민 중앙자살예방센터장도 “자살예방법에 근거해 설립된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복지부 산하에 있는데, 업무 효율성, 추진력 강화 등을 위해 총리실 산하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안 센터장은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해 학교 단위에서 ‘생명사랑, 생명존중, 인권존중’ 교육을 실시하려 해도 교육부의 협력 없인 불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자살예방 담당부처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부 의견은 달랐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컨트롤타워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는데 범부처 협조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 국무총리실, 대통령 직속으로 자살예방 업무를 이관해도 효과는 미지수”라며 “컨트롤타워보다 범부처간 업무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국무총리실, 대통령 직속부처가 생겨도 범부처간 협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의 ‘자살예방정책의 우선순위 및 추진방식 효율화 방안조사’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부 경찰청 노동부 등 산발적으로 자살예방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어 사업조정이 어렵고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힘들다”며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실 산하 가칭 ‘자살예방위원회’를 구성해 정책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에 명시된 자살예방기본계획도 미뤄

모든 정부정책은 기본계획에 근거해 이뤄진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난해 상반기 발표했어야 할 제3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하지 못했다. 자살예방법 제7조는 ‘복지부 장관은 자살예방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월호사건 여파 등으로 발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 센터장은 “복지부가 자살과 함께 4대 중독문제를 포함해 ‘정신건강마스터플랜’을 올 상반기에 발표하기 위해 발표시점을 연기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지난해 인터넷업체들의 반발로 국회에서 중독관리법 통과가 무산됐는데 정신건강마스터플랜에 중독문제가 포함될 경우 또 다시 홍역을 앓을 수 있다”며 “기본계획도 없이 현장에서 어떻게 사업을 추진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 전문요원 “급여 인상되면 알아서 사직”

공공부문 자살예방 인적, 물적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현재 지역 단위 자살예방 전담인력은 시ㆍ군ㆍ구 당 1명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태지만 전담인력들은 다른 업무까지 떠맡고 있어 실제 자살관련 업무는 전체 업무량의 20~30%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자살예방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자살예방 인력, 상담자들이 탈진(burn-outㆍ스트레스로 인한 탈진 증후군)이 발생할 경우 업무를 중단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여건도 전무하다. 장기근무 시 호봉상승 등 급여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사업예산 축소에 부담을 느껴 퇴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역의 자살예방센터의 한 직원은 “1년마다 계약하는데 급여가 인상되면 부담을 느껴 자진 퇴직 하거나 외부 압력으로 퇴직 하는 경우도 있다”며 “고용보장이 된다지만 1년짜리 정규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담인력들이 업무부하로 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예산 등의 문제로 인력 이탈이 심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중독의 절반에 불과한 자살예방 예산

자살예방정책의 문제는 결국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 자살예방사업예산은 85억원으로 인터넷ㆍ게임 중독문제 해결에 투입되는 17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자살예방사업과 관련한 지자체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춘천시의회는 올해 춘천시가 조성한 자살예방사업예산 6,9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춘천시는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역에서는 “자살예방사업예산이 전액 삭감된 곳은 춘천시가 처음일 것”이라고 허탈해하고 있다. 2012년 통계청 자살현황에 따르면 10만 명당 기준으로 남성 자살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강원도다.

정부는 지난 2008년 12월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 발표 당시 ‘자살 위험 없는 안전한 공동체 구현’이란 비전을 내세워 2013년까지 자살사망률을 인구 10만 명당 20명으로 감소시킬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이 완료된 2013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5명이었다. 보건복지부가 WHO와 협력해 2016년까지 맞춤 자살예방 전략을 세운다 해도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살예방사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사진은 노원구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모습. 노원구청 제공
자살예방사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사진은 노원구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모습. 노원구청 제공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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