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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으로 100억 땅부자 “횡재한 적은 없다”

입력
2018.07.24 04:40
수정
2018.07.24 13:5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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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 5년 하다 첫 매매

이후 번 돈은 모두 땅에 투자

성장하는 도시 근처 땅을 사야

차익 올리고 급할 땐 팔기 쉬워

급매 나오는 땅은 다 이유 있어

“만약 길 나면” 그런 땅은 조심

토지투자 전문가 정옥근씨가 지난 20일 한국일보 사옥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토지투자로 일확천금을 기대할 순 없지만 간절함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그래서 토지투자는 곧 미래를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성 기자
토지투자 전문가 정옥근씨가 지난 20일 한국일보 사옥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토지투자로 일확천금을 기대할 순 없지만 간절함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그래서 토지투자는 곧 미래를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성 기자

주변을 둘러보면 아파트나 상가를 산 이들은 많지만 땅에 투자했다는 이는 드물다. 땅 투자는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만 하면 시세를 꿸 수 있는 아파트와 달리 토지는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투자자로선 품을 더 팔아야 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땅투자는 정말 어렵고 위험하기만 할까.

3,000만원으로 15년 만에 100억원이 넘는 땅 부자가 된 정옥근(57)씨는 지난 2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카메라에 대해 전혀 몰라도 전자상가 상점 4,5곳만 둘러보면 카메라에 장착된 기능은 물론 대략적인 시세도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듯 땅 투자 역시 기본원칙만 잘 지키면 절대 손해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원칙은 간단하다. 열심히 발품 팔아 양지 바른 땅을 산 뒤 집을 짓기 좋게 꺼진 땅은 채우고 길은 넓히는 식으로 땅의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엔 부단한 노력과 인내가 요구되는 만큼 단기 차익을 낼 생각이라면 토지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나도 횡재란 걸 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처음부터 고수는 아니었다. 정씨가 부동산 관련 일을 시작한 건 15년 전인 2003년이다. 상하수도 관련 직장을 전전하던 중 생활정보지에서 우연히 본 부동산 구인 광고가 계기가 됐다. 처음 맡은 일이 토지 중개였는데, 어딜 다니길 좋아하는 성격에 딱 맞아 금세 재미를 붙였다. 2년 뒤 일터를 대전으로 옮겼다. 국토의 중심인데다가 당시 노무현 정부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터라 주변 지역이 뜰 걸로 봤기 때문이다. 매일 좋은 땅을 찾아 다니는 게 일이었다. 중개만 하던 그가 처음 산 땅은 부동산업에 종사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 충남 논산에 있는 농지(5,000만원)였다. 당시 종잣돈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번 돈은 무조건 땅에 재투자했다. 10년간 차도 사지 않았다. 좋은 땅을 발견하면 기존에 있는 땅을 팔아 잔금을 치르며 자산을 조금씩 키워나갔다. 이후엔 세종시 토지 투자에 올인 했다. 이런 식으로 자산을 굴린 정씨는 현재 10만평에 달하는 땅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토지 전업투자자가 됐나.

“토지야말로 부동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땅 위에 집도 짓고 학교도 짓는 것이다. 토지가 곧 삶의 바탕이다. 그런 토지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스스로 삶에 안정감도 느끼게 됐다. 본인 땅을 갖게 되면 이 말의 뜻을 알 수 있다. 투자가치도 단연 높다. 난 가족과 화목하게 사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런 땅은 제한적이다. 집 짓기 좋을 만한 데를 찾아 공을 들여 가꾸면(토지 조성) 수익은 자연히 뒤따른다. 땅값이 오르는 패턴은 일반상품과는 차이가 있다. 평당 10만원 하는 땅은 1만~2만원씩 오르지만, 평당 1,000만원 하는 땅은 100만원 단위로 오른다. 건물을 세울 수 있는 땅은 딱 정해져 있다. 땅을 사는 것은 미래를 사는 것과 같다.”

-아파트를 사려면 인근 복덕방에 가면 된다. 토지는 어떤가.

“토지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이 생각한 지역의 부동산을 찾아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그 지역 부동산 4,5곳만 돌면 해당 지역의 시세를 비롯해 땅의 용도, 그 땅에 어떤 건물을 세울 수 있는지 등 전반적인 투자 정보를 캐낼 수 있다. 땅에 투자한다고 해서 따로 부동산개론 따위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품이다. 반드시 현지 부동산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강원도에 있는 땅을 서울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사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성장하는 도시에선 중개업자가 시장 상황을 정확히 짚어내는 경우도 많다. 본인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것이다. 땅을 보는 안목을 기르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어떤 땅을 사야 하나.

“가장 큰 원칙은 성장하는 도시에 가까운 땅을 사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급할 때 팔아 치울 수 있고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1순위 도시를 꼽자면 세종시인데, 단 매물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중개업자가 ‘만약’이란 전제를 깔면 그 땅은 피해야 한다. 예컨대 지금은 길이 없지만 ‘만약’ 길이 나면 땅값이 급등할 것이란 식이다. 초보투자자는 길이 나 있지 않은 토지(맹지)는 쳐다 보지도 마라. 나머지는 땅을 볼 때 실제 본인이 살고 싶은 터인지 따지면 된다. 상식에 부합하는 땅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흔히 급매물을 좋아한다. 급매로 나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땅이 반듯하지 않고 도로사정도 안 좋다. 좋은 땅이라면 값을 더 준다는 생각을 가져야 좋은 땅을 만날 수 있다.”

-사들인 땅은 언제 파는 게 좋나.

“좀 과장돼 얘길 하면 후대를 염두에 두고 계속 보유하는 게 낫다. 보유한 땅을 열심히 가꿔 나가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땅값도 올라가게 돼 있다. 그런데 1~2년 안에 큰 차익을 보려고 하면 답이 안 나온다. 나 역시 보통 5년 넘게 보유한다. 도시 가까운 곳에 보전관리지역의 땅이 있다고 가정하자. 전(田), 답(畓) 할 것 없이 허가를 받아 집을 지으면 5년 뒤 용도지역이 계획관리지역으로 바뀌고, 이후엔 자연취락지구로 바뀐다. 보전관리지역에선 건폐율이 20%라 100평 땅에 20평짜리 건물만 지을 수 있지만 자연취락지구가 되면 건폐율이 60%가 돼 땅 가치가 훨씬 높아진다.”

-많은 땅을 사려면 대출이 불가피하지 않나.

“당연하다. 토지는 투자금이 많이 필요한 만큼 금융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 다만 대출이자를 단순 이자로 생각하지 말고 노후에 대비해 적금 넣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갚아 나가면 된다. 대출 받아 차를 사면 소비지만 땅을 사면 투자다. 대출 갚는 동안엔 스스로 토지에 더 관심이 생겨 그간 보지 못했던 매물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미 부자인데 여행만 하며 살아도 될 것 같다.

“많이 벌어 세금을 내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만큼 내가 경험한 걸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조언은 토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란 사실이다. 토지 투자를 안 할 이유를 찾자면 수백 가지도 댈 수 있다. 막판에 투자를 주저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 욕심 때문이다. 이것저것 잰 뒤 별로 안 남겠네 하며 이내 딴 곳으로 눈을 돌린다. 땅을 살 땐 간절함이 필요하다. 무조건 깎으려는 자세도 안 좋다. 좋은 땅이 내게 오는 것을 기회라 여기며 감사하단 생각을 가져야 부자가 될 수 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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