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혹독한 대가 치를 것” 경고
북한이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2일 국제기구에 위성 명목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계획을 통보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중대 갈림길에 들어서고 있다. 한미일 3국은 즉각 북한의 행위를 ‘중대 도발’로 규정하며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반면, 대북 제재의 키를 쥔 중국은 4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 북핵 실험 정국에서 형성된 한미일 대 북중 대립구도가 이번에도 재연된 것이다. 향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중국이 한미일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이런 대립구도는 더욱 고착돼 동북아에 신냉전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밤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자 한미일 3국은 즉각 강력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우리 정부는 3일 오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한 뒤 ‘혹독한 대가’를 경고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날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한국 및 미국과 연계해 발사 자제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이) 진정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지속적인 압박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안보리 결의 1695호를 시작으로 2013년 결의 2094호까지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이런 한미일의 강경 목소리에 동참할지 여부다. 중국은 일단 북한에 경고와 설득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자제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설득이 실패하면 중국으로선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대북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우리 정부의 선택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억지 차원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국 배치 목소리가 커지고 이는 다시 한중 관계 악화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중국 대 미일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두고 한중 관계 갈등까지 겹치면 최악의 경우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옛 냉전 구도가 부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구도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국가 역시 한국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외교적 마찰이 무역 갈등으로 번지면 한국 경제는 휘청할 수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악의 상황인 신 냉전구도를 피해야 한다”며 “미중의 대결 구도를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북한의 혼란이 오더라도 중국의 전략적 손실이 없는 장기 평화통일로 가겠다는 입장으로 설득해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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