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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없는 삼성, 불확실성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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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없는 삼성, 불확실성 속으로

입력
2017.08.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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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 투자ㆍ수익원 창출 적신호

인사ㆍ사업구조 개편 연기

삼성 “글로벌 네트워크 붕괴”

재계는 “경제 전반에 악재”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되며 총수 복귀를 기대한 삼성의 바람은 와르르 무너졌다. 각각 4개월인 2ㆍ3심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한 내년 4월까지 8개월, 길면 앞으로 약 5년간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그로 인한 불확실성은 기정사실이 됐다. 대규모 신규 투자와 미래 수익원 창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하락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2월 17일 이후 6개월 넘게 현상 유지에 집중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매출 61조원에 영업이익 14조원이란 찬란한 성적표를 작성했지만 이는 수년 전 총수가 중심이 돼 반도체 시장 성장을 예측하고 결정한 선제투자의 결실이다. 대한민국 수출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는 생산라인 하나 건설에 수조원이 필요해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 차원에서는 결정이 어렵다.

지난해 연말부터 지연된 삼성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사업구조 재편도 하염없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옥중경영’을 시도하겠지만 조직 활력 저하는 물론 신속한 결정과 빠른 실행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삼성 스타일 경영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신사업 발굴과 유망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체질 개선도 동력을 잃었다. 이 부회장은 기존 사업 관리가 아닌 신규 투자와 미래를 위한 M&A에 주력해왔다. 삼성은 지난해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에 성공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알렸지만 올해 대규모 M&A가 자취를 감췄다. 아직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이후 차세대 수익원에 대한 방향성도 찾지 못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을 이끈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이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마당이라 새로운 그룹총괄 컨트롤타워를 꾸리려는 시도는 금기가 되어버렸다.

25일 오후 서울역에 설치된 삼성전자 TV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역에 설치된 삼성전자 TV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총수의 뇌물죄 유죄로 전쟁터 같은 세계시장 경쟁에서도 버거운 핸디캡을 안고 맞서게 됐다. 해외에서의 뇌물죄 등을 엄격히 제재하는 미국 등에서 거액의 벌금 부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전문경영인이 대신할 수 없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붕괴를 특히 우려한다. 이 부회장은 전 세계 정보통신(IT) 거물들이 교류하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나 미국 산업ㆍ금융계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 카운슬’, 중국 보아보포럼 등에 적극 참석하며 세계적 기업인들과 친분을 쌓고 고급 정보와 영감을 얻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경영적 판단의 토대가 되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 부회장의 6개월 공백으로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됐는데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기의 재판’ 결과에 대해 재계는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삼성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투자ㆍ신규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경제 전반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을 기업이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 판결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뇌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에 대해 같은 혐의를 받는 다른 기업들은 “간접적으로나마 오해가 해소돼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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