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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한성기업에서 수억대 뇌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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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한성기업에서 수억대 뇌물 받았다

입력
2016.09.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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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반 친구였던 한성기업 회장

姜 산은 회장 때 180억 특혜 대출

퇴임 후에도 영향 미쳐 대가 준 듯

“아무런 대가 없이 받은 것일 뿐”

대우조선 외압ㆍ뇌물죄 강력 부인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강만수(가운데) 전 산업은행장이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강만수(가운데) 전 산업은행장이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고교 동창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검찰에 추가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 재직 시절 대우조선해양에 압력을 넣어 지인의 업체들에 거액을 투자토록 하거나 일감을 안겨준 것 외에, 강 전 회장 본인의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19일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검찰은 이 같은 혐의들을 적용, 이르면 20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회장이 산은 재직시기(2011년 3월~2013년 4월)는 물론, 퇴임 이후에도 경남고 동창인 임우근(68) 한성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한성기업은 2011년 산업은행에서 총 180억원 상당을 장기 대출받았는데, 이 가운데 수십억원은 대출 허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신용등급 조작 등 부적절한 심사과정을 거쳐 대출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특혜성 대출’이 강 전 회장 지시로 이뤄졌으며, 그 대가로 임 회장은 강 전 회장에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잇다. 한성기업은 또, 산은에서 대출금을 받은 이후 강 전 회장의 측근인 김모(46ㆍ구속기소)씨가 대표로 있는 바이오업체 B사에 5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부당 거래가 두 사람의 특수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임 회장보다 나이가 세 살 많지만, 고교 시절 휴학을 하는 바람에 같은 반 친구로 지내며 절친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과거 공직에 있지 않을 땐 한성기업 경영고문을 지내며 사무실 운영비 등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러한 관계가 강 전 회장의 산은 회장 취임 이후에도 영향을 미쳐 ‘특혜 대출→금품 사례’의 형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강 전 회장을 불러 임 회장에게서 받은 금품의 구체적인 성격을 캐물었다. 그러나 그는 “오랜 친구에게서 아무런 대가 없이 지원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한성기업 대출이 이뤄진 맥락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해당 금품의 대가성이 입증됐다고 보고, 강 전 회장에게 뇌물죄 또는 부정처사후수뢰죄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강 전 회장을 상대로 대우조선이 ▦2012년 B사에 연구개발비 44억원을 지원하고 ▦2011~2013년 자신의 종친이 경영하는 중소건설사에 50여억원 상당의 일감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산은의 자회사인 대우조선으로선 강 전 회장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만큼, 배임 및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강 전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B사에 투자를 검토해 보라고 권고한 것은 사실이나 부정한 청탁이나 강압은 없었다”고 반박해 왔다.

검찰은 이날 강 전 회장을 밤 늦게까지 조사했으며, 이번 주중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로써 이명박(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실 경제특보 등을 지내 이른바 ‘MB노믹스의 설계자’로 꼽혔던 그는 산은 회장 퇴임 3년 여 만에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오전 9시30분 검찰에 출석한 그는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 평생 조국을 위해 일한 사람으로서 (오해를 받아) 마음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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