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에코시티데시앙아파트 주민이 택배 기사를 위한 무료 카페를 운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받고 있다.
에코시티데시앙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주민 정수현(36)씨 부부는 지난 3월 초부터 자발적으로 '한 평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는 커피 2종류, 녹차, 홍차, 율무차와 종이컵, 온수, 물티슈까지 마련돼 있다. 이 아파트를 드나드는 택배 기사, 청소 용역 직원, 경비원 등을 위해서다. 원하는 사람이 알아서 음료를 만들어 마시는 '셀프 카페' 형태다.
정씨는 "최근 이사를 왔는데,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며 "주민분들이 함께 도와주셔서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정씨 바람처럼 주민들과 택배 기사 등은 공존하고 있었다. 정씨는 "처음 설치할 때 테이블과 커피, 컵, 보온병을 제 용돈으로 산 건 맞지만, 이후 주민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있다"며 "저희 부부는 보온병을 닦아 온수만 채우는 정도"라고 말했다. 정씨 말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들은 '한 평 카페'에 각종 음료와 사탕, 고구마 등 간식까지 함께 채워가고 있다.
전주 에코시티데시앙아파트 '한 평 카페' 소식을 온라인에서 접한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이게 사람 사는 사회다", "진정한 품격이 느껴지는 아파트"라고 칭찬하고 있다.
정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지난 1월부터 입주하기 시작한 '새 아파트'다. 소방차나 구급차, 경찰차 등 긴급 차량을 제외한 차량은 단지 내에 진입하려면 지하 공간만 이용할 수 있다. 택배 차량은 어떨까.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택배 차량은 당연히 단지 내 지상으로 진입하실 수 있다. 무인택배함이 지상에 있고, 택배 물량도 기사님이 수레로 들고 다니실 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는 최근 입주민과 택배 업체 간 잡음을 일으킨 한 아파트와 비교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에 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아파트 단지 지상 안으로 택배 차량 출입을 막았다. 그 결과, 택배 기사들은 물건을 차량 진입이 가능한 장소에 일괄적으로 내려둔 뒤 주민들에게 '찾아가라'고 연락했다. 길 위에 택배 상자들이 쌓여있는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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