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총괄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받는 자체가 큰 상처
무혐의 나와도 공정성 논란 불보듯
“겨우 회복된 국정동력 상실 우려”
이번 주말이 禹 거취 분수령 예상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놓고 그간 청와대 참모들은 “지키기도, 버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해 왔다. 우 수석을 표적으로 한 공세가 계속되는 것은 분명 부담이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들이 규명되지 않은 단계에서 서둘러 사퇴시켰다가 야권과 언론의 청와대 흔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우 수석의 거취를 두고 최대한 뜸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직권남용과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하면서, 이런 국면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우 수석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여권의 분위기다.
특별감찰관법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나 도주ㆍ증거 인멸 등을 방지해야 할 때, 증거 확보를 위해 필요할 때 감찰 대상자를 검찰에 수사의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우 수석이 아들의 의경 보직 변경 과정에서 수석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과, 우 수석 가족 기업인 ‘정강’에 생활비를 떠넘긴 의혹 등이 사실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이 특별감찰관이 결론 내렸다는 얘기다. 의혹이 터무니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 특별감찰관은 한달 간의 활동 기간이 끝나는 19일 ‘근거 없음’이라 발표하고 감찰을 끝냈을 것이다.
공직기강과 부패근절 등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를 받아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 것만으로 청와대는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또 우 수석 의혹에 등장하는 병역 특혜와 최고급 외제차 마세라티 등은 하나 같이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것들이어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
새누리당의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특별감찰 내용의 언론사 누출 논란을 부각시켜, 청와대가 우 수석 거취와 관련한 시간 끌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떠밀려서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는 스타일을 고집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면 더 큰 역풍이 일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를 총괄하는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이런 상황은 박 대통령이 강조한 ‘법치와 원칙’에도 어긋난다. 또 우 수석이 자리를 지키는 한,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결론이 난다 해도 공정성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이미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이 진행되는 중에도 “우 수석의 눈치를 보는 사정기관들이 협조하지 않는다” 는 논란들이 일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은 어차피 우 수석에게 빚이 없다”며 “우 수석 논란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여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 체제 출범으로 모처럼 회복한 국정 동력을 빼앗기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번 주말이 우 수석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물러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우 수석 스스로 거취를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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