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터넷망 9시간여 완전 불통 美 '비례적 보복' 선언 직후 주목
中, 北 소니 해킹 조사 착수… 한국 정부, 인포콘 한 단계 격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소니픽처스) 해킹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한 직후 한때 북한 인터넷망이 전면 붕괴돼 미국 정부가 실제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미국이 처음 주권 국가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에 대한 무차별 보복을 경고한 상태여서 글로벌 사이버 전쟁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우리 정보당국과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등에 따르면 23일 오전 한때 북한과 외부 세계를 잇는 인터넷이 완전 불통 상태에 빠졌다. 정부 당국자는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 등 북한에 서버를 둔 인터넷 접속이 완전 차단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온라인 인프라 관리업체인 딘 리서치도 “누군가가 북한에 대해 공격을 가해 22일 심야부터 북한 내부 인터넷이 9시간 31분간 완전 먹통이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 인터넷 불통은 23일 낮 일시 회복됐으나 자정께 주요 4개 인터넷망이 다시 다운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단정적이지는 않지만 북한에 대한 ‘비례적인 보복’을 선언한 미국 정부의 반공개 실력 행사로 해석하고 있다. 딘 리서치의 더그 마도리 지배인은 “인터넷이 정상 연결되는 과정에 많은 복구 시간이 필요했던 만큼 이번 사태는 정비 목적의 단순한 불통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북한 인터넷망에 대해 디도스(DDoS)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 마리 하프 대변인는 북한 인터넷 불통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확실한 것은 미국 정부 대응이 공개적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지닌 미국이 과거에도 이란과 중국, 러시아 등에 유사 작전을 비밀리에 전개한 사실도 소개했다. 이들 언론은 사이버 공격은 비밀 첩보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혐의가 강해도 북한이 소니픽처스 해킹과 무관하다고 주장할 경우 사실 규명이 어려운 것처럼 이번 사태도 전모 파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인터넷 불통을 미국 소행으로 단정한 북한 해커부대가 제3국 인터넷망을 통해 미국에 추가 보복할 경우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전력ㆍ금융전산망 등이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된 거대한 유리창이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며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기간시설을 멈추고 미국 정치권의 아픈 속살을 공개할 경우 미국의 피해가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 인터넷 먹통 이후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이날 오전 9시부터 북한 사이버 공격 대응태세인 인포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북한의 소니 해킹 관련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외교부가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등 다른 기관들의 예비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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