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이 총리 “중앙정부가 통치권 장악 방안 마련”
여야, 자치권 몰수 후 자치정부 해산 추진 합의
내년 1월 지방선거 치러 의회 권력 교체 유력
스페인 정부와 정치권이 분리ㆍ독립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는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치권 몰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방선거를 치러 아예 카탈루냐 정치권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21일 국무회의에서 카탈루냐 통치권을 중앙정부가 장악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제1야당 사회당과 중도우파 정당 시우다다노스 등 야권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라호이 총리는 이어 “(카탈루냐 독립 추진은) EU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우리는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도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 연설을 통해 “카탈루냐의 분리ㆍ독립 시도는 용인할 수 없다”며 정부 입장을 두둔했다.
현지에선 지방선거를 실시해 카탈루냐 정부 권력을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카르멘 칼보 사회당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새로운 카탈루냐 지방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를 치르기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스페인이 의원내각제 국가임을 감안할 때 자치의회 해산 없이 중앙정부가 자치정부의 행정권만 통제할 경우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의회 선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라호이 총리는 이 문제에 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상대로 19일 오전까지 분리ㆍ독립 의사 여부를 밝히라고 압박했으나 카탈루냐 측은 응답을 거부했다. 이에 중앙정부는 자치권을 몰수할 수 있는 헌법 제155조 발동을 공식화했다. 1978년 제정된 헌법 155조는 자치정부가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국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경우 중앙정부가 이를 강제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스페인 현대사에서 적용된 적은 없다.
라호이 총리는 21일 특별 국무회의에서 헌법 155조 발동과 카탈루냐의 자치권 회수 방안을 논의한 뒤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확정된 정부 계획이 상원으로 넘어가면 심의를 거쳐 자치권 몰수 방안은 최종 확정된다.
스페인 정부의 강경 입장에 맞서 카탈루냐 현지에서 현금인출 등 불복종 운동과 시위도 거세지고 있다. 분리ㆍ독립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카탈란국민의회(ANC)와 옴니움쿨투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중앙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현금인출 운동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본사를 카탈루냐 이외 지역으로 옮긴 카이사방크 등 은행들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두드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카탈루냐에서 다른 지역으로 본사를 옮기거나 영업 근거지를 다른 곳으로 바꾸기로 한 기업은 900여곳에 이른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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