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하버드대 공동연구팀 성과… 사이언스 표지 논문 게재
일반적인 로봇과 달리 전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생물처럼 생체조직으로만 움직이는 로봇이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7일 생체조직과 무기물의 결합으로 전기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을 국제 공동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13년 미래부의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GRDC)에 선정돼 설립된 ‘서강-하버드 질병 바이오물리 연구센터’의 최정우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와 케빈 키트 파커 미국 하버드대 교수, 박성진 하버드대 박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내부에 동력기관이 없어도 물 속에서 유영이 가능한 길이 16.3㎜의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을 제작했다.
마름모꼴의 가오리를 닮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은 1마이크로미터(㎛ㆍ0.0001㎝) 이하의 얇은 금속(뼈대)에 쥐의 심장근육세포(심근세포) 20만개를 마름모 형태로 배양한 뒤 ‘고분자 탄성중합체’를 위아래로 붙인 구조로 돼 있다. 고분자 탄성중합체는 가오리 표면처럼 미끈하고 물컹물컹한 재질에 잡아당기면 늘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은 빛의 자극에 반응해 움직인다. 비밀은 쥐의 심근세포에 있다. 연구진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쥐의 심근세포에 ‘광감성 이온 채널 조정단백질’(ChR2)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사전 삽입했다. 덕분에 빛을 세포에 비추면 세포막이 열리고 세포 안에 있던 이온이 빠져 나가면서 세포가 수축된다. 다시 빛이 사라지면 세포는 원래 상태(이완)로 돌아 온다. 빛을 반복적으로 깜빡이면 이런 수축과 이완 운동이 반복되면서 가오리 로봇의 양 날개가 움직이는 원리다.
실제로 연구진이 물에 넣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 바로 앞에서 1초마다 빛을 깜빡이자 이 로봇은 가오리처럼 좌우 양쪽 날개를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심지어 불빛을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깜빡이면 그 쪽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연구진은 “겉면인 탄성 중합체의 주름진 정도를 조절하면 속도를 더 높이거나 늦출 수 있다”며 “바이오 로봇의 유영 속도는 초당 최대 2.5mm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향후 세포와 기계로 결합된 로봇 개발, 광유전 기술을 이용한 질병진단 기능의 바이오 센서 개발 등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또 동물의 근육 구조 모사 및 외부 광 자극을 통한 동작 재현을 통해 외부 자극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인공 동물’(Artificial Animal)이란 새 개념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최 교수는 “인간처럼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 로봇의 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지 8일자 표지 논문으로도 게재됐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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