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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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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의 정치학

입력
2017.0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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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 2015년 2월 8일 통합야당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쥔 문재인 신임 대표가 다음날 첫 공식일정으로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쓴 방명록 문구다. 문 대표는 이날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에 이어 그간 야당 지도부가 찾지 않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도 참배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에 반발해 참배 동행을 거부하는 등 당 안팎의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그의 적극적 화합과 통합 행보는 많은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 그러나 화해와 통합은 말만큼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 개명한 야당 지도부는 국정교과서 논란 등으로 이념갈등이 커지자 이듬해 신년 현충원 참배 때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는 생략했다. ‘우 클릭’평가를 받았던 김종인 비대위 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 출범한 추미애 대표 지도부도 “국민 통합”을 앞세워 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소를 모두 참배했다. 하지만 올 신년 현충원 참배 때는 탄핵 정국 탓인지 이승만, 박정희 두 전 대통령 묘소는 건너뛰었다.

▦ 지난해 4ㆍ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분당해 나온 국민의당도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를 놓고 오락가락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1월 창당준비위 지도부와 함께 현충원의 전직 대통령 묘소 모두에 참배했다. 중도와 보수까지 아우르려는 제스처였다. 하지만 지난 1일 신년 현충원 참배 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는 외면했다. 15일 출범한 박지원 대표 지도부도 16일 아침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두 전 대통령 묘소에는 들르지 않았다.

▦ 박 신임 대표는 “탄핵 정국에 국민정서 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탄핵 인용 후 적절한 시점에 참배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창당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도 나왔다. 화합과 통합의 명분과 상황 논리가 충돌하는 현실정치의 실상을 잘 보여 준다. 12일 귀국하자마자 대선주자 행보에 열심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7일 봉하 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다. 노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로 유엔사무총장에 올랐음에도 서거 때 직접 조문은커녕 조의 메시지도 보내지 않아 “배신자”소리를 들었던 그가 또 어떤 참배 정치를 보여 줄지 궁금하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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