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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보 터져야 표심 잡는다” 치열해지는 예능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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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보 터져야 표심 잡는다” 치열해지는 예능 대선

입력
2017.04.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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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스스로 진지한데 주변에선 “깔깔깔…”

안철수, 예능감마저 책으로 익힌 듯 아재개그

홍준표, 맥락 없는 역공 아슬아슬한 애드리브

유승민, 국민 장인 캐릭터로 대중 친화력 어필

심상정 ‘2초 김고은’ 등 캐릭터 구축에 공들여

“웃음 속 인간미 파악… 후보 검증에 도움”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개그맨 양세형씨를 안고 초밀착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SBS모비딕 캡쳐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개그맨 양세형씨를 안고 초밀착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SBS모비딕 캡쳐

"[단독] 이재명, 본인 지지율 매일 검색해"

"[단독] 안희정, 양세형에게 (사인) 세 장 요구"

“[속보] 유승민, '남경필은 귀엽다' 파문"

긴박한 음악, ‘파문’을 일으키는 자막. 그러나 곤경은 없다. 웃음뿐이다. 대선 주자 인터뷰로 연일 화제를 모은 SBS 모비딕(모바일 컨텐츠)의 프로그램 ‘양세형의 숏터뷰(이하 숏터뷰)’ 얘기다.

엄중한 대선 레이스에 웃음이 풍년이다. 후보자 거리유세나 방송토론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각종 매체에서 캐릭터쇼의 향연이 먼저 열렸다. 후보들은 시사예능에서 예능감 뽐내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선주자의 예능 출연을 놓고, 정치지도자의 국정운영 능력을 엿보기엔 너무 가볍거나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검증방해론과 후보의 메시지와 인간미를 한꺼번에 알릴 수 있다는 효용론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따지기 앞서 일단 화제가 되면 ‘본방사수’ 시청자에게 각인되는 것은 물론, 동영상 클립이 포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으니 후보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렵다. ‘썰전’(JTBC), ‘숏터뷰’는 후보들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 대선출마선언(1월 22일) 사흘 전 공개된 ‘숏터뷰’가 젊은 세대들에게 ‘건치 잠룡’ ‘충남 엑소’ ‘젊은 도전’ 등의 키워드를 새기고 ‘만년 차차기설’을 끊어내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이다. 이번 장미대선에서 탁월한 예능감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후보는 누구일까? ‘예능 센터’는 대권까지 거머쥘 수 있을까?

JTBC '썰전'에 출연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북한 방문 발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JTBC 썰전 캡쳐
JTBC '썰전'에 출연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북한 방문 발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JTBC 썰전 캡쳐

의외의 예능감,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썰전’과 ‘외부자들’(채널A) 출연을 통해 민감한 이슈들을 자연스럽게 해명하는 기회를 얻었다. 시종일관 느리고 진중한 다큐형 말투는 변함이 없었지만, 짓궂은 진행 방식에 적응하며 소소한 웃음을 선사했다. 대표적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에게 “저하고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하고(썰전), 패널들과 야자타임을 이어간 장면(외부자들) 등이 대표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이미지가 다소 고집스러운 느낌인데, 날카롭지만 장난기 어린 패널들과 함께하는 예능에 나와서는 자연스럽게 본인의 소신을 설명하는 모습으로 소화됐다”고 평했다. 캠프 관계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묻자 ‘월하의 공동묘지’(1967년 공포영화)를 언급하는 등, 스스로는 진지한데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 등이 의외의 예능감으로 어필했다”고 했다.

JTBC '썰전'에 출연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정계진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JTBC 썰전 캡쳐
JTBC '썰전'에 출연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정계진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JTBC 썰전 캡쳐

노력하는 강철수 어필,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예능감’마저 책으로 익힌 것같다는 평을 받았다. "가장 폭력적인 운동 선수는 펠레" "폭력적인 동물은 팬다" 등 아재개그 시도(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대해 모범생의 안간힘이 빚은 ‘노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학구열만은 인정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하며 ‘인간미’가 어필했다는 반응도 있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노력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나 결과물이 어색하거나 불편하다는 평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후보 캠프 내부에선 안정적이고 콘텐츠가 좋다는 덕목을 재확인하거나 ‘강철수’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썰전’에서도 예민한 질의응답에서 밀리지 않는 입담으로 우유부단하다는 오해를 벗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조례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조례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좌충우돌 아슬아슬, 홍준표

정식 예능 출연은 없었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경우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씨와 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입씨름으로 입길에 올랐다. 예능감은 몰라도 순발력은 분명히 확인됐다.

자신의 비호감도를 지적하는 질문에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비호감도가 얼마나 높았냐” “호감도 비호감도 보고 뽑으면 그건 연예인 선발대회다” “지금 여론조사는 광적인 지지계층만 답한다” 등의 일방적 항변으로 응수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맞느냐는 질문이 반복되자 맥락도 없이 “김어준씨도 재판 받고 있잖아요?”라고 반문해 역공을 시도했다. 예의에 어긋난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캠프 측에선 “애드립에 워낙 강한 후보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고, (지지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평가했다.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볼배합을 논의하는 배터리를 흉내내며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BS 모디딕 캡쳐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볼배합을 논의하는 배터리를 흉내내며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BS 모디딕 캡쳐

국민장인의 공약 깨알홍보, 유승민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딸 유담씨의 외모에서 비롯된 ‘국민장인’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는 가운데, 공약을 구체적으로 홍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진 게 딸밖에 없냐”는 지적엔 “저, 아들도 있다”(본보 영상 인터뷰)는 재치로 응수하고, ‘배신자’란 공격에는 “정치하면서 한 번도 국민을 배신한 적이 없다”는 호소(숏터뷰)로 답하며 대중친화력을 어필했다.

캠프에서는 ‘숏터뷰’를 가장 ‘덕 본 예능’으로 꼽는데, 당시 유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둘러싼 논란, 딸 예금 논란을 적극 해명하는가 하면, 칼퇴근법, 퇴근 후 메신저 지시 등 돌발노동 금지 등의 공약을 틈틈이 홍보했다.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의 BBC 인터뷰 영상을 패러디 하고 있다. SBS 모비딕 캡쳐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의 BBC 인터뷰 영상을 패러디 하고 있다. SBS 모비딕 캡쳐

관심에 목마른 심블리, 심상정

대선 레이스에서 예능감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측이다. 상대적으로 언론노출 빈도가 적다는 고민이 큰 캠프 측은 일찌감치 SNS를 십분 활용해 ‘심블리’ ‘2초 김고은’ 등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고, 그러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관심이 급상승했다.

대학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유시민 작가가 패널로 출연 중인 ‘썰전’에서는 정치여정과 각종 노동공약을 돌아보는 동시에 완주 의지를 각인시키는 데에 성공했고, ‘숏터뷰'에서는 남편 이승배씨까지 함께 출연해 슈퍼우먼방지법을 알렸다.

후보 검증에도 도움될까

‘썰전’ ‘외부자들’ 등 시사토론에 가까운 예능프로그램들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출연을 규제하는 대상이 아니어서, 유권자들은 앞으로도 웃음과 선택 사이에서 눈을 부릅떠야 할 처지다. 정석희 평론가는 “포장된 언행 속에서 각 후보가 지닌 인간적 진면모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인 것은 분명하나 이런 웃음 속에서도 꼭 필요한 정보를 눈 여겨 보고 보석 같은 후보를 찾아낼 줄 아는 눈을 기르는 것은 결국 시청자, 유권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없는 이미지도 만들어내는 것이 방송과 편집의 힘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출연자체를 통제하거나 비판하기보단 오히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여러 각도를 보여주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팩트체크 등 사전사후 검증만 제대로 뒤따른다면 큰 틀에서 후보검증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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