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논란이 되고 있는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와 관련, “동맹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며 “동맹은 국제법을 기반으로 한 동맹이고, 국제법에는 각 나라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동맹에는 한미동맹 뿐만 아니라 미일동맹도 포함돼 있다. 국제법 언급도 북한이 유엔회원인 주권국이라는 지위를 염두에 둔 듯하다. 결국 그의 발언은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본 정부 입장을 편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헌법상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임을 들어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갈 때도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요청이 미일 모두에게 거부된 꼴이다.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 이후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논란이 잇따랐고, 9월 안보법제 통과 이후에도 당사국 간 협의가 수 차례 있었는데도 어떻게 이런 결말에 이르렀는지 개탄스럽다. 우리 헌법과 결부시켜 결과적으로 일본은 물론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에까지 헌법가치를 부정 당한 책임은 또 어쩔 것인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조문만 내세워 북한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해 온 논리의 군색함이 우선 눈에 띈다. 미국과 일본이 ‘아시아 재균형’이라는 전략적 이해에 따라 자위대 역할 확대에 힘쓰는데도 국제법 현실과 맞물리지 않는 헌법 내용만으로 맞설 수 있다고 여겼다면 큰 착각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을 강요 받고 있다는 논란을 부른 남중국해 사태도 마찬가지다. 카터 장관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많은 국가와 함께 파트너십을 맺어 해상안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해 한국도 ‘반 중국’ 대열에 설 것을 사실상 주문했다.
남중국해 사태가 복잡한 문제임은 안다. 그렇다고 당사국 간 회의마다 선택을 강요 당하면서 언제까지 외교적 부담으로 안고 갈 생각인가.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위안부 압박’에 맞불을 놓듯,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했다. 얼마 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거짓임이 들통났다. 지난달 한일 국방장관 회담과 그제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자위대 문제, 남중국해 문제도 당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은폐와 회피,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는 외교ㆍ안보 당국의 무능이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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