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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막아선 ‘현실정치 벽’은 하루 1000만원 꼴 정치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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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막아선 ‘현실정치 벽’은 하루 1000만원 꼴 정치자금?

입력
2017.0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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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자금 얼마나 드나

총선거 비용의 5%만 모금

후원액 25억여원으로 제한

정치인들 “많게는 6~7배 들어”

주자들 지지자에 기대

반기문도 출발부터 돈 걱정

안철수 제외한 후보는 허덕

결국 개인 빚으로 경선 치러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을 나서며 자신을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전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을 나서며 자신을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전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귀국 나흘 만인 지난달 16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잔뜩 푸념을 늘어놨다. “정당 없이 홀로 (선거운동을) 하려니까 너무 힘이 든다”고 운을 뗀 그는 “캠프 사무실 두 곳 모두 사비로 얻었고, 차량ㆍ운전기사ㆍ비서 지원, 여기저기 오가는 교통비까지 모두 내 돈으로 한다”며 힘든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로부터 보름 후 반 전 총장은 “현실정치의 벽이 너무 높았다”는 말을 남긴 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이 말한 현실정치의 벽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추진했던 빅텐트 구축의 어려움 등이 거론되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선 자금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는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21일 동안 지출한 비용을 추산해보면 설득력이 높다. 그는 대선 예비캠프로 운용한 서울 마포구 사무실 두 곳의 보증금 및 월세로 3,400만원을 사용했고, 전국을 돌며 선거 운동을 하기 위해 구입한 차량 2대 값만도 7,000여만원을 지불했다. 여기에 지방으로 갈 때마다 대동한 캠프 인원들의 식비와 숙박비 및 월급까지 포함하면 거의 2억원 가깝게 지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무소속 주자들은 공식 대선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전에는 후원금도 모집할 수 없다. 자산 20억여원 대부분을 아파트 등 현금화가 어려운 부동산으로 보유한 반 전 총장 입장에선 자금 압박이 떨어지는 지지율 만큼이나 현실적인 고통이었을 것이란 얘기다.

무소속 주자보다 낫긴 하지만 정당 소속 대선 주자들의 경선 자금 고민도 적지 않다. 당의 예비경선 후보로 등록하면 후원금 모금이 가능해 그나마 숨통을 틀 수는 있지만, 이 금액 역시도 경선을 치르기엔 빠듯하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선 후보들의 총선거비용을 인구수와 지난 5년 동안의 물가변동률 등을 반영해 결정한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책정된 후보 1인당 총선거비용 한도는 560억여원이었으나, 19대 대선에선 물가변동률이 3.8% 정도만 반영돼 510억원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경선 기간 이 금액의 5%만 후원금으로 모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25억여원 이상 비용은 개인 빚으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대선 경선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한 정치인은 “아무리 모바일 선거운동이 대세라고 해도 경선 등록 전 선거운동에만 기본 10억원 이상이 든다”며 “이후 본격적인 경선 비용은 그 액수에다 작게는 3~4배, 많게는 6~7배는 더 든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 캠프에서 조직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도 “18대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12억원 정도를 경선 비용으로 신고했는데 그게 전부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며 “비공식 금액이 상당할 것이다”고 전했다.

부족한 후원금으로 인해 대선 예비 주자들은 결국 지지자들의 자금 지원에 기댈 수 밖에 없다. A 대선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자산가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정도만 경선 자금 마련에 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며 “나머지 후보들은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닌 한도 내에서 지지자들에게 추가로 도움을 받아야 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B 대선후보 캠프 측 관계자도 “대놓고 지지자들에게 돈 좀 빌려 달라기도 하기가 어려워, 18대 대선 당시 유시민 후보가 활용했던 대선펀드 운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승리해 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되면 자금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된다. 당의 유일 후보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면 추가로 25억원의 후원금을 더 거둘 수 있고, 국고보조금과 선거지원금을 수령한 중앙당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선 결과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국가로부터 돌려 받을 수 있다. “정당이 없어 힘들다”는 반 전 총장의 푸념은 괜한 소리가 아니라 한국 선거의 현실이었던 셈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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