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최종 타결하기까지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구체적 수치에서는 이미 합의를 마쳤지만 야당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평균 급여 대비 연금액 비율) 50%’조항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문제는 향후 꾸려질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할 일인데 여야 대표가 서명하는 합의문에 넣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맞서면서 최종 합의도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가 도출한 합의문에 포함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국회에 설치하고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50%로 한다”는 조항을 여야의 최종 합의문에도 넣자고 주장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우리로선 절대 받을 수 없는 안이라 반대했고 이 조항을 빼느라 양당 지도부의 합의문 서명이 당초 오후 5시에서 1시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다급히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에 우려를 표했다. 역시 실무기구의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합의 때문이었다. 문 장관은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복지부 소관 업무를 왜 실무기구에서 합의하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당 지도부에 “실무기구의 합의문은 월권”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분 20%를 공적연금제도 개선에 활용한다는 대목에도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관계자는 “재정 절감분의 20%를 복지 사각지대와 국민연금출산크레딧(2008년부터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제도) 등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라며 “마치 모두 국민연금에 들어가는 돈처럼 이해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청와대와 정부의 반대에도 새누리당은 ‘국민대타협기구 및 실무기구의 합의문을 존중한다’는 구절을 넣어 야당과 최종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경남 김해시 수로왕릉에서 열린 춘향대제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볼 때는 청와대의 지적은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소 미완의 개혁이고 또 다른 의견이 있을 수는 있어도 국민대타협기구의 합의는 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기구의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는 문구를 놓고 여전히 새누리당에선 목표치로, 새정치연합은 인상을 명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일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도 50%로 끌어올려 일반 국민의 공적 연금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에선 “향후 꾸려질 사회적 기구에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보험료를 올리는 데 국민이 동의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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