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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하루키 "담화의 의미 훼손시킬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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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하루키 "담화의 의미 훼손시킬 순 없다"

입력
2014.06.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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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가 한일 관계에 다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번 발표를 통해 담화가 다분히 한일 정부간 협상의 산물인 것처럼 비치도록 했다. 검증 보고서에서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은 무엇인지, 더욱 냉랭해진 한일 관계를 복구할 방법은 없는지 양국 전문가 기고로 알아본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위안부 16명 조사 결과는 이미 정리돼 있어 고노담화는 한일 협력으로 만들어져 더 가치"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 작성 과정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마다 히로시 일본유신회 의원이 이시하라 노부오 전 관방 부장관을 소환해 담화의 근거로 여겨진 위안부 16명의 청취 조사를 뒷받침하는 조사가 없었다는 것과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국측과 의견 조정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해 정부에 보고하도록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사실 이는 1996년 사쿠라이 요시코가 주장해 산케이신문이 동조한 내용이고, 97년부터는 자민당 소장파 의원 모임이 담화를 공격하기 위해 삼아온 논점이다. 야마다 의원의 문제제기는 산케이신문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고노 담화 비판 캠페인에 호응한다.

지난 3월 아베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고노 담화 계승 의사를 밝혔다. 그를 위한 기반으로 삼겠다며 이번 검증을 시작한 것이다. 외무성을 주축으로 한일간의 외교 자료를 준비했고 5명이 검증에 나섰다.

검증위원 인선은 타당하고 할 수 있다. 하타 이쿠히코는 보수적인 사상을 가졌지만 역사가로서 자료를 다루는 데는 신뢰할만 하다. 아리마 마키코는 위안부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온 인물로 아시아여성기금 이사장도 맡았다. 문제가 된 두 가지 논점에 대한 보고서의 설명과 결론도 타당한 것이었다.

우선 위안부 할머니 16명 청취조사와 관련해서는 “직접 의견을 들어 심정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했다. 증언에 대한 증거를 따로 살피지는 않았지만 조사 결과는 이미 거의 정리돼 있었다고 기술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993년 1월 19명의 피해자 할머니 증언집 ‘강제 연행된 조선인 군위안부들’ 제1집을 서울에서 간행했다. 일본측도 이미 이를 검토하고 있었다. 19명 중 취업 사기로 끌려간 사람이 13명, 폭력ㆍ납치로 끌려간 사람은 5명이었다. 16명의 청취는 이 19명의 증언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한국측과 의견 조정에 관해서는 이번에 상세한 자료가 나왔다. 긴밀하게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고노 담화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 아니다. 1991년 말부터 한국 정부는 일본측에 위안부 문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해 한일 양국 정부가 동시에 위안부 문제 조사 연구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의 제1차 조사 결과는 1992년 7월 6일 발표됐고, 이어 가토 고이치 관방장관 담화가 나왔다.

한국의 정신대 문제 실무대책반은 7월 말 ‘일제하 군위안부 실태 조사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머리말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는 “최근 상호 방문을 통해 미래지향적 우호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불행한 과거사에서 오는 감정적 갈등이 한일관계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이상 어두운 역사를 발전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신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기술했다.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도 언급하며 “이번 보고서는 한일 양측의 조사를 종합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김석우 당시 외무부 아주 국장은 8월 2일자 동아일보에 “정부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일본 정부에 철저한 진상 규명 노력을 재촉구한 것은 일본에 국가로서의 도덕성을 증명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기고했다.

이같은 양국 정부의 협력을 기반으로 위안부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제언에 따라 고노 담화가 탄생한 것이다. 일본 측이 정리한 역사 인식을 보여주고 한국측의 의견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노 담화는 바로 한일 협력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었다.

따라서 고노 담화에 대해 일본 보수세력이 공격해온 두 가지 논점을 이번 검증 보고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번 조사의 특징은 고노 담화에 근거해 일본 정부가 아시아여성기금을 설치했고 피해자에게 사죄했으며 관련 사업을 실시했다는 것을 언급했다는 점과 이를 둘러싼 한일 정부의 교섭을 새롭게 다뤘다는 점이다.

피해자 61명(내가 알기로는 60명)에게 보상을 했다는 것은 결국 한국에서는 이 사업이 많은 피해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향후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백히 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조치를 정식으로 요청했으면 좋겠다. 이런 요청이 있으면 아베 총리로서는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후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한일 양국의 양심인 국민의 책임이다. 피해자 할머니와 정대협이 받아들일 수 있고 양국 외교 부처도 납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일본 민주당 정권 때 합의 직전까지 갔던 해결 방안이 이미 알려져 있다. 이는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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