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 사업 등 신성장 동력 성과
주요 계열사 적자 등 위기 탈출 과제
박용만 회장, 인프라코어직은 유지
공작기계 부문 매각 등 사업 재편
형제경영 전통 지속 여부 관심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점 쳐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2일 차기 두산그룹 회장으로 내정되며 두산그룹이 재계에선 처음으로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두산의 ‘형제 경영’ 전통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두산그룹은 1896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박승직 상점’이 모태로, 그 동안 ‘형제 경영’의 원칙에 따라 그룹 운영이 이뤄졌다. 박승직 창업주의 장남인 박두병 초대회장이 그룹의 토대를 일궜고, 그의 다섯 아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이어받으며 경영해왔다.
1981년 장남 박용곤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 오르며 시작된 두산의 3세 경영은 무려 35년간 이어졌다. 2남 박용오 회장(1997년), 3남 박용성 회장(2005년), 4남 박용현 회장(2009년), 5남 박용만 회장(2012년)이 차례로 그룹 경영을 맡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형제의 난’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2005년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차남인 박용오 회장에게 그룹 회장 자리를 3남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으로 넘길 것을 요구하자 박용오 회장이 그룹의 편법 경영에 대한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며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분식회계 등 오너 일가의 치부가 드러났고 박용오 회장은 4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산가(家)의 장손인 박정원 회장으로의 승계를 통한 4세 경영은 이미 지난해부터 거론됐다. 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의 최대주주는 박정원 회장(6.29%)이며, 박용만 회장의 지분(3.65%)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4.19%)보다도 적다.
박 회장은 고려대를 나와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두산산업에 입사해 뉴욕ㆍ도쿄지사를 거쳐 OB맥주의 전신이었던 동양맥주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2012년부터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의 회장을 맡고 있고 두산건설 회장, 두산 베어스 구단주도 겸임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정원 회장의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영 승계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박 회장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과 인재 육성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2014년 박 회장이 결정한 연료전지 사업은 2년만에 5,870억원의 수주를 올리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4세 경영이 본격화했지만 박정원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큰 관심은 두산그룹의 형제 경영 원칙이 사촌형제들까지 이어질 지 여부다. 두산그룹의 4세 경영인들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자녀인 박정원 회장ㆍ박혜원 두산매거진 부사장ㆍ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의 아들인 박진원 전 두산 사장ㆍ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ㆍ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ㆍ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용만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ㆍ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 10명에 달한다. 4세 경영이 본격화하면 다른 그룹들처럼 계열분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박용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DLI(그룹 연수원)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은 유지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1조1,3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앞으로 사업부문을 건설기계와 엔진 등 2개로 재편할 계획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밥캣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또 두산건설은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감액하는 감자를 결정했고, 레미콘 제조사업에서 관악공장을 떼어내 렉스콘이라는 회사를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 레미콘 사업을 접고 기업역량을 주력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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