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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없는… 집집마다 소화기 설치 의무, 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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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없는… 집집마다 소화기 설치 의무, 잘 될까요

입력
2017.02.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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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의무인데 강제는 아닌 일, 즉 반드시 해야 하지만 안 한다고 벌을 받는 건 아닌 일들이 우리 주변엔 꽤 많습니다. 지난 5일부터 실시된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 설치’도 그 중 하나입니다. 소방시설법 제8조에 따라 아파트를 제외한 국내 모든 주택(단독ㆍ다가구ㆍ다세대ㆍ연립주택)은 화재를 감지하면 경보음이 울리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를 집집마다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 처벌 등 제재를 받는 건 아닙니다. “법적인 강제성보다 개개인의 의식변화를 유도해 자율설치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 법을 소관하는 국민안전처 측 설명입니다. 23일 안전처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통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을 지난해 말 기준 29.53%에서 올해 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와 함께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홍보 계획 등을 소개했습니다.

안전처의 설명은 일리가 있습니다.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생활의 규범이 돼야 한다는 말처럼 근본적으론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정부가 감지기(개당 약 1만5,000원)와 소화기(약 2만원)를 전국 640만 주택 가구에 일일이 지급해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화재 가운데 주택화재의 사망자 비율(51%)이 가장 높다는 통계 앞에서 ‘지금이라도 소화기를 설치하라’는 당국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립니다. 서울 은평구 한 주택에 거주하는 강정희(58)씨는 “먹고 살기도 바쁜데 갑자기 몇 만원을 들여 감지기를 설치하라니 선뜻 나서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씨 얘기처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만 기대하다가는 현재 설치율을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의견도 많습니다. 굳이 설치 안 해도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그만인 전기나 가스와 달리 생명과 직결된 화재 예방에는 정부의 과감한 예산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집 계약 시 화재감지기 작동 여부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안도 생각해볼 때라고 조언합니다. 물론 약간의 번거로움으로 소중한 가족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시민들의 안전의식은 필수겠지요.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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