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권 행사 원칙 중 한국 특정 않고
'3국의 주권 존중' 모호하게 명시
정부 "3국은 한국… 동의 필요" 주장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 투입
미일 사전조율 때 日 어깃장 놓으면
파병 제때 이뤄질 지도 의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방미 2일째인 2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미일 외교ㆍ국방장관 연석회의(2+2)에서 새 미일방위협력지침(이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새 가이드라인은 현재 ‘일본 주변’으로 한정돼 있는 일 자위대와 미군의 연합작전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는 것과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열도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 강화로 요약된다.
1997년 수정된 현 가이드라인은 ▦평소 ▦일본이 위험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주변사태’ ▦일본이 전쟁상태에 들어가는 3개 분야에서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새 가이드라인은 이 3개 분야 대신 ▦평소의 협력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 대한 대응(중요영향 사태)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 사태에 대한 대처 행동 ▦집단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일본 이외의 국가를 겨냥한 무력 공격에 대한 행동 ▦일본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재해에서의 협력 등 협력분야를 5개로 확대했다.
또 기존 가이드라인이 미일 공동 군사작전의 지리적 범위를 최대 한반도와 대만 해협을 아우르는 ‘일본 주변’으로 제한하는 것과 달리, 새 가이드라인은 그런 지리적 제한을 없애 전세계에서 일본 자위대가 미군의 후방지원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일 자위대에 대한 제약이 거의 제거되면서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한반도에서 우려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일본 멋대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는 경우다. 새 지침은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원칙으로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full respect)’이라고 명시했다. ‘한국’을 특정하지 않고 ‘제3국’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떤 경우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하려면 우리 측과의 사전협의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3국은 결국 한국을 의미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유사시 선포하는 전쟁수역에는 공해도 포함되기 때문에 일본이 통항의 자유를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우리가 허가하지 않으면 자위대는 한반도에 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을 투입하려면 미일간에 사전 조율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본이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부인하고 있다. 일본에는 7곳의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가 있는데, 이곳 미군은 유엔사령관이 한미가 합의한 작전계획에 따라 한반도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가이드라인은 미일 양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협력한다’고 못박고 있어 일본이 반대하는 주일 미군의 한국 파병이 제 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우리 정부는 올 8월 미일 양국이 지침을 구체화할 법령을 완성하기에 앞서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협의할 방침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미국 방문 첫날인 26일 보스턴에서 존 F. 케네디 도서관을 방문한 뒤 존 케리 국무장관 사저를 방문해 만찬 회동을 가졌다. 27일 아침에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현장을 찾아 헌화한 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MIT대 미디어랩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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