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서태화] 울 엄마표 꽃게찌개

입력
2015.05.22 11:00
0 0

1년 중 꽃게가 맛있을 때는 두 번. 4~5월 봄과 9~10월 가을이다. 그 중 봄철은 암게가, 가을에는 수게가 제철이다. 보통 살이 많은 수게는 탕이나 찌개를 끓여 먹고, 알이 꽉 찬 암게는 간장게장 이나 찜으로 먹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늘은 호사(?)를 한 번 누려보자. 알이 꽉 찬 암게로 찌개를 끓여보자! 왜냐하면 울 어머니께서 그렇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요리의 이름도 ‘울 엄마표 꽃게찌개’다. 자식들에게 항상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은 만국공통 일 터. 그래서 우리 어머니께서도 살이 꽉 찬 가을철 수게도 좋지만,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좀 더 비싼 암게로 찌개를 끓여 주신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오늘 소개할 꽃게찌개는 된장이 베이스다. 보통 해산물이 들어가는 찌개는 고추장이나 고춧가루가 베이스인 경우가 많은데 ‘울 엄마표 꽃게찌개’는 된장이 포인트다. 제주도는 고추장보다 된장을 주로 사용한다. 심지어 생선 물회의 베이스도 된장인데 제주도에 사시는 어머니가 그 영향을 받으셨나보다. 어쨌든, 된장은 해산물의 비린내도 잡아 주고, 구수한 맛도 더해 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어릴 적 학교 갔다가 돌아와서 대문을 여는 순간 확~ 들어오던 꽃게찌개의 냄새는 아직도 코끝을 맴돈다. 별 재료가 안 들어갔는데도 굉장히 맛있었던 건 요리에서 제일 중요한 재료인 어머니의 사랑이 들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머니의 꽃게찌개 때문에 나와 동생은 전쟁을 벌였다. 전날 저녁에 먹다 남은 꽃게찌개 국물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먹다 남은 찌개는 국물이 졸아서 밥을 비벼먹으면 정말 환상적인 맛이 났기 때문이다. 국물은 꽃게 딱지와 몸통에서 튕겨져 나온 알과 살들이 농축돼 그야말로 진국이었다. 어떻게 어린 시절에 그런 맛을 알았을까? 아마 나는 어릴 적부터 맛난 음식을 알아채는 미각이 발달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휴~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빨리 ‘울 엄마표 꽃게찌개’를 끓여서 밥 한 그릇 뚝딱 해야겠다. 그리고 내일 아침엔 ‘꽃게 진국찌개’에 밥 두 그릇 쓱쓱 비벼 먹으며 지나가는 암게 꽃게철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겠다.^^ 동생은 시집가서 싸울 일도 없으니 말이다.

● 울 엄마표 꽃게찌개 (2인분)

재료: 꽃게 2마리, 된장 2큰 술, 고추장 1큰 술, 고춧가루 1/2큰 술, 양파 1개, 대파 반 개, 청양고추 1개, 다진 마늘 1큰 술, 말린 다시마 손바닥 반 크기 1개, 쌀뜨물 600ml, 소금 약간

● 조리방법

1. 꽃게를 손질해서 자른다. 파, 고추는 어슷썰기 하고 양파 얇지 않게 채 썬다.

2. 쌀뜨물에 말린 다시마와 된장, 고추장을 넣고 끓인다. 5분 정도 끓이다가 다시마는 건져 낸다.

3. 육수에 손질한 꽃게와 양파,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인다.

4. 소금으로 간을 하고 고춧가루(요리 처음에 넣으면 가루가 너무 퍼진다)와 대파, 고추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완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