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사기극의 총 기획자
대구지검으로 압송 “죽을 죄 지었다”
도피 7년간 호화생활 알려져
은닉재산 규모ㆍ정관계 로비 등 수사
희대의 다단계사기꾼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이 지난 10월10일 중국 공안에 검거된 지 2개월 여, 도피 7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은닉 재산 1,000억원’설 등 숨겨둔 재산 규모와 정ㆍ관계 로비의혹, 도피 조력자 등에 대한 의문의 풀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희팔 사건을 재수사중인 대구지검 형사4부는 16일 강태용의 신병을 중국 현지에서 인계 받아 대한항공 KE787편으로 이날 오후 4시15분 김해공항에 도착, 4시 40분쯤 대구로 출발했다. 검찰은 14일 검사 1명과 수사관 등 4명의 송환팀을 중국으로 파견했다. 강을 태운 여객기는 일반 여객터미널이 아닌 화물터미널 주변에 착륙했고, 주기장에서 곧바로 승합차에 태워 대구지검으로 압송했다.
이날 오후 5시50분쯤 대구지검에 도착한 강태용은 정관계 로비설에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내저었다. 조희팔의 생사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직접 죽은 것을 보았다”고 답변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는 “죽을 죄를 지었다”며 짧게 답변하고 형사부 조사실로 직행했다. 검찰은 이날 기초 조사를 마친 뒤 대구구치소에 수감시켰다. 이르면 17일 오전 중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강씨가 중국으로 도피한 뒤 7년간 호화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숨겨둔 재산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규모와 형태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또 조희팔의 생사 여부와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과 정관계 로비 여부 및 대상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강태용은 2008년 10월 말 경찰이 대구 수성구 만촌동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하자 미리 수사정보를 빼내 대책회의를 가진 뒤 11월 초 중국으로 출국,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10월 초 조희팔 최측근의 제보로 강의 소재를 확인한 대구지검은 대검찰청을 통해 중국 공안부에 검거 및 송환을 요청했고, 10월 10일 오전 중국 강소성 우시시에 있는 그의 은신처 아파트 인근에서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강은 조희팔의 불법 다단계 사기를 총설계한 핵심 인물이다.
이르면 1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강태용 송환이 늦어진 것은 중국에서 7년간 도피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혐의에 대한 중국측의 조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은 강태용이 불법체류하며 중국 법망을 피할 수 있도록 비호한 인물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의 검거소식이 전해지자 경찰과 검찰은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서 조희팔 측에 수사정보를 흘려준 현직 경찰관, 조희팔 아들, 강태용 매제, 전산실장 등 모두 15명(경찰 9명, 검찰 6명)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조희팔과 함께 밀항했다 귀국한 뒤 처벌을 받은 조희팔 조카가 음독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강씨 송환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검 청사 앞에는 취재진과 함께 조희팔 피해자 일부가 몰려와 강태용을 향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피해자 김모(62)씨는 “조희팔 일당에게 속아 2억 원을 날리고 식당일을 하며 대출이자를 갚고 있다”며 “그들 때문에 자살한 사람만 수십명인데 호의호식했다고 하니 대한민국에 정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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