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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북한’ 키워드, 통일에서 안보로 중심 이동

입력
2016.06.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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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다양한 6ㆍ25 전쟁 발발 66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정전 60년이 훨씬 지났지만, 남북 간의 긴장 상태는 여전하다. 지난주에도 무수단 미사일 발사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남북은 많은 굴곡 속에 경쟁하고 협력하며 갈등해왔다. 분단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질적인 생활 양식과 가치관은 어느덧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됐다.

기성세대들에게 통일은 당위였다. 누구나 공감하고,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로 존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이제 보편성을 잃어가고 있다. 2015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에 의하면, 50대 이상의 한국인 중 63.8%가 여전히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20대는 30.7%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의 유효성이 사라져 가고 있다.

‘북한’을 키워드로 하여 지난 20여년간의 뉴스 기사에 나타난 주요 이슈와 흐름을 살펴봤다. 북한 관련 기사 건수의 추이와 함께 지난 10년간 관련 기사에 함께 나타난 연관어 분석을 통해 주요 이슈의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고자 했다.

최근 들어 실질적 위험이 증가

지난해 8월 목함지뢰 사건 때

폭발적 기사량… 20년간 최고

연평도ㆍ2006년 핵실험 뒤이어

분석에 활용된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시스템을 활용하여 추출하였다. 기사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199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일보를 비롯한 중앙일간지에서 나타난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먼저 북한과 관련하여 작성된 기사의 건수를 파악했다.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북한 관련 기사는 분석 시점인 1990년 이래 꾸준히 생산되고 있었는데, 특히 최근 들어 특정한 사건이 나타난 시점에서 폭발적으로 기사량이 증가하는 양상이 점점 빈번하게 나타났다. 즉, 그만큼 파장이 큰 충격적인 사건이 자주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높은 기사 생산이 이루어진 시점은 작년 8월 21일이었다. 그해 8월 10일에 발생한 목함 지뢰 사건으로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게 되자 우리 군에서는 대북 선전용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이를 이유로 휴전선 부근의 우리 측에 대한 북한의 포격이 발생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였다.

다음으로 북한 관련 기사 생산이 많았던 것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지역에 대해 북한의 포격이 발생했던 시기와 2006년 10월 국제 사회의 경고와 우려 속에 감행된 북한의 핵실험 관련 뉴스였다. 모두 북한에 의한 군사적 위협과 도발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북한 관련 뉴스가 이러한 내용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이기는 하지만, 2000년 6월에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사 속에는 통일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담고 있었다.

통일보다는 안보 우선

10년 새 대북 인도적 지원서

미사일 관련 이슈로 내용 변화

이번에는 북한 관련 기사와 함께 ‘통일’ 및 ‘안보’를 키워드로 하여 기사 건수를 추출해보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통일 관련 논의들은 주로 인도적 차원에서의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경제 협력을 위한 교류 확대, 문화 이질성 극복 등의 차원에서 주로 언급됐다. 반면 안보에 대한 강조는 남북 간의 긴장 상태가 고조되는 시기나 북한의 실질적 위협에 대한 대처의 필요성이 대두할 때 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북한’ ‘통일’ ‘안보’를 키워드로 하여 생산된 기사의 추이를 연간 단위로 살펴보면서 해당 시기의 기조를 파악해 보고자 했다. 연(年) 단위로 기사량을 파악한 것은 특정 일자에 생산된 기사는 해당 시기에 발생한 사건에 영향받는 바가 크기 때문에 기간 범위를 연 단위로 넓혀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래프에 나타난 내용을 살펴보면, 2003년과 2006년을 제외하고는 1990년부터 2009년까지 20년간은 통일 관련 기사가 안보 관련 기사에 비해 높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2003년과 2006년의 경우, 모두 북한 핵과 관련한 위험으로 인해 이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이 강조된 시기였다. 2010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는 통일 관련 기사의 건수보다 안보 관련 기사의 건수가 더 많이 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의 천안함 사건을 비롯하여 지속해서 이루어져 온 북한의 도발과 함께 우리뿐 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에게도 실질적 위협으로 작동하는 다수의 미사일 발사 실험들이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로 볼 수 있다.

북한, 협력과 지원에서 실질적 위험으로

이번에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북한 관련 기사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지난 10년간의 북한 관련 기사에서의 연관어를 추출하였다. 시기별 변화 양상을 비교해보기 위해 2006년 6월 25일부터 2011년 6월 24일까지와 2011년 6월 25일부터 2016년 6월 24일까지의 두 가지 시기를 비교하였다.

비교를 통해 나타난 바를 요약하면, 지난 10년 중 전반기에는 중국이 북한 관련 기사에 있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 단어였고,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다양한 활동, 즉 탈북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행동들과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루어진 활동들이 눈에 띄었다. 반면 후반기로 들어와서는 미사일 관련 이슈가 무엇보다 두드러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반기 연관어상에 나타난 주요 기관들이 협력적 교류 및 지원에 기반한 통일부나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곳이었다면 후반기에는 대북 제재와 대처를 위한 합동참모본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국방부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새터민들이 여러 TV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올 들어 개성공단도 폐쇄된 후 남북 간의 긴장과 경색된 정국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분단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하나의 민족이라는 감정적 고리가 희미해지고, 통일을 간절히 희구하는 생존 이산가족의 숫자도 급감하고 있다. 당위의 차원에서 통일을 논하는 것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통일의 필요성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당장 북한을 미래 발전을 위한 협력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전한 대한민국에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우선 저 너머에 상수(常數)로 존재하는 위험을 변수(變數)로 만들기 위한 노력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배영(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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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아카이브 분석시스템 빅카인즈 서비스(www.kind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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