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통보 않고 환자에게만 감염 가능성 알려
뒤늦게 격리조치ㆍ병원 소독… 14번째 환자 890여명 접촉 방치
"거의 일주일간 삼성병원 방역 구멍, 전면적 역학조사 즉시 시행해야"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차 진원지’가 되고 있다. 7일까지 확인된 확진환자는 총 17명으로 평택성모병원(36명) 다음이고, 격리 대상자는 2,000여명이 넘는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친척을 간호하다가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부산 거주민 A(61)씨를 비롯해 경기 성남, 부천 등에서도 감염환자가 잇따라 나와 감염 범위가 지역사회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평택성모병원이 첫 번째 (메르스) 유행 파장의 중심이었다면, 삼성서울병원에 의해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접촉자들의 경유병원까지 포함한 병원 24곳을 공개하면서 차단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14번 환자(35ㆍ남)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렀던 지난달 27~29일 기준으로 할 때 이번 주가 소강국면 진입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4번 환자와 노출된 의료진ㆍ환자 893명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3차 감염자는 의료진 3명과 환자 7명, 보호자 7명 등 총 17명이며, 14번 환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환자와 의료진은 각각 675명과 218명으로 총 893명이라고 밝혔다.
또 14번 환자에게서 감염된 17명에게 재차 노출된 의료진은 207명, 환자는 508명으로 총 715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14번 환자 접촉자와 이후 감염된 17명에 노출된 접촉자 사이에 중복 집계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삼성서울병원의 격리 대상자는 2,000여명이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시가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병원 의사(38ㆍ35번 환자)가 참석한 조합총회 참석자 1,565명 중 1,337명(7일 기준)을 가택격리 대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어 14번 환자로 인한 실질적 격리대상은 3,600여명인 셈이다. 물론 7일까지 보건당국이 집계한 공식 격리대상자는 2,361명(자택2,142명+기관 219명)이다. 병원 측은 노출된 의료진은 전원 자택에 격리하고, 환자들은 병실이나 자택에 격리조치해 증상 발현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4번 환자가 병원에 통보
삼성서울병원 등에 따르면 병원은 14번 환자가 입원 사흘째인 지난달 29일 자신이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알리고 나서야 뒤늦게 인지하고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보건당국이 14번 환자에게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라고 통보한 직후였다. 병원 측은 앞선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68ㆍ남)를 확인했었지만 이 환자에게 2차 감염돼 응급실로 온 14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의심하진 못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서울병원은 최초 메르스 확진 당시부터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방역대책을 세워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첫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해 2차 감염을 퍼뜨린 사실을 삼성서울병원 측에게 알리지 않아 병원은 무방비 상태로 환자를 받았다. 송 원장은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가 집중 발병했다는 것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이어 “14번 환자가 입원한 27일 메르스 선별 문항 체크를 했지만 폐렴 소견만 있고 중동 여행, 낙타 접촉 사실이 없고 메르스 환자 접촉 여부를 당시에 몰라 메르스 환자로 볼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폐렴이 심해져 앞서 경기 평택에서 병원을 두 차례 옮기고 호흡곤란으로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왔지만 병원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것이다.
송 원장은 “(환자 얘기에 따라) 응급실에서 즉시 해당 환자를 격리하고 응급실 환자 이동 및 진료를 2시간 동안 제한하고 응급실 전 구역을 소독했다”고 말했다. 응급실 병상에서 치료를 받던 14번 환자는 29일 자신이 말한 뒤에야 격리됐고, 지난달 30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전면 역학조사 해야”
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노출된 다른 환자와 의료진 약 900명은 격리 조치됐지만 상급종합병원의 특성상 전국 지역으로 흩어진 환자들이 이미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병원 측은 “4차 감염은 없고, 지역사회 확산 사례도 없다”며 거듭 공포 확산을 경계했다. 그러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는 4일에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내원환자 600여명에 대한 추적관리를 하겠다고 밝힌 것을 볼 때, 정부의 메르스 대응 방역체계에서 삼성서울병원은 거의 일주일간 제외돼 있었다”며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전면적 역학조사를 즉시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는 삼성서울병원의 병원내 감염이 지역사회로 전염될 가능성이 상당해 4차 전염을 우려한다”며 “시도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받아 신속한 방역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늘 공개된 삼성서울병원도 서울시와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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