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연구계획 1차 관문 통과
시신경 손상ㆍ뇌졸중 치료 기대
정부, 내달 최종 승인 가능성
2009년 실패한 연구와 흡사
신선난자 100개 활용 계획
여성ㆍ종교계 “연구 재개 반대”
정부가 2009년 실패했던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허용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12일 이동률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교수팀이 복지부에 제출한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위원회는 난자와 체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이 법에 어긋나지 않고, 인간 복제에 잘못 이용될 가능성 등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을 전제로 연구를 허가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6월 최종 승인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차병원은 이번 연구의 목적을 시신경 손상, 뇌졸중 등을 가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동률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미국에서 성공한 것처럼 동결난자로도 가능한지, 하나를 만들어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말까지 연구를 위해 600개의 난자를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차병원이 2009년 시도했다가 실패한 연구와 거의 같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병원은 당시 동결난자와 비동결난자(신선난자)를 활용해 2년 간 연구를 했지만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그러다가 2014년 미국에서 신선난자를 활용하면서 성공했다.
연구자들은 성공률이 높아 신선난자를 선호하지만 신선난자를 이용할 경우 난자 채취과정에서 과배란 유도, 동의 없는 난자 제공 등 윤리적ㆍ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현행 생명윤리법상 신선난자는 연구에 쓸 수 있으나 체외 수정이 되지 않는 미성숙 난자(배란 전의 초기 난자), 비정상적인 난자 등으로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연구에서 미성숙 난자인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는 임신 목적으로만 난자 채취가 가능하다”며 “신선난자로 연구할 경우 연구 목적으로 난자를 채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계획에 난자 600개 중 100개는 신선난자를 활용하는 것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률 교수는“비동결 난자를 쓰면 성공확률이 높다”며 “국내에서 동결난자로 해본 뒤 효과가 있으면 그 다음에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는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를 이식해 만든 배아에서 질병 치료용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를 난자에 이식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조작으로 밝혀져 이후 국내에서는 난자 사용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여성 및 종교계 등은 연구재개를 반대하고 있다. 여성의 건강과 인권이 침해될 수 있고, 생명의 시작인 배아를 복제하고 난자를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동익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은 “실패한 연구에 대해 같은 기관이 다시 신청을 하면 허용해주지 않는데 (차병원이) 같은 연구를 하겠다고 다시 신청했다”며 “산업적으로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재승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꽃시계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연구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여성 및 종교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보완장치 마련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연구허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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