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 무비자 제도를 이용해 들어온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난민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총 4만명을 넘어섰지만, 실제로 난민으로 인정된 이들은 4%에 불과하다. 난민 인정률은 난민법 시행 후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법무부와 난민인권센터 자료를 통해 난민 현황을 살펴봤다.
◇ 난민인정률 4.1%…작년은 2.1%에 그쳐
우리나라가 1994년 4월 최초로 난민 신청을 받은 이후 올해 5월 말까지 난민 신청자는 총 4만470명이다.
난민 신청자는 1994년부터 2010년까지 17년간 2천915명으로 한 해 평균 171명이었지만, 2011년(1천11명)부터 급증했다.
특히 난민의 지위와 처우를 규정한 난민법 시행(2013년 7월 1일) 이후인 2014년 2천896명, 2015년 5천711명, 2016년 7천514명에 이어 작년에는 9천942명에 이르렀다.
작년 난민 신청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를 인구대비 비율로 환산하면 0.02%로 폴란드·포르투갈(0.01%), 일본(0.02%), 헝가리(0.03%) 등과 함께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까지 7천737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 작년 동기에 비해 신청자가 132% 증가했다. 법무부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신청자가 총 1만8천명에 달하고, 3년 뒤인 2021년에는 누적 신청자가 12만7천여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지만, 실제 난민 인정에는 매우 인색한 편이다.
총 4만470명의 난민 신청자 중 절반이 조금 넘는 2만361명에 대한 심사가 종료됐는데, 이 가운데 난민 인정을 받은 이들은 839명으로 4.1%에 불과했다.
이는 세계 평균(3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로, 난민법 제정 이후 난민 인정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까지의 난민 인정률은 평균 10.8%였지만, 2014년에는 3.9%, 2015년에는 4.9%, 2016년에는 1.8%를 기록했으며, 작년에도 2.0%에 그쳤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들 외에 1천540명(7.6%)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아 모두 2천379명(11.7%)이 국내 체류하고 있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난민협약상 난민의 정의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난민 신청자의 출신국 정황상 본국에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보충적으로 부여되는 지위다. 1년 미만으로 체류허가를 주며, 기간이 만료되면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 난민 업무 담당 공무원 전국 39명뿐…1차 심사에만 7개월 걸려
지난해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이 1차 심사 결과를 받기까지는 평균 7개월이 걸렸다. 법무부 1차 심사에서 불인정 통지를 받은 이들은 이의신청을 통해 2차 심사를 받을 수 있고 이의신청에서도 거절 통지를 받으면 법무부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최종 결과를 받기까지는 2~5년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심사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담당 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난민 신청자가 1만8천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난민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전국을 통틀어 39명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31명에 불과했지만 올들어 8명이 늘었다.
난민 신청자 가운데 심사 도중 신청을 철회하는 이들의 비율이 10.7%였는데, 긴 심사 기간 인권 침해나 생계 곤란으로 한국을 떠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인권운동가들은 주장한다.
난민 신청자를 국적별로 보면 파키스탄이 4천740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4천253명), 이집트(3천874명), 카자흐스탄(3천69명), 나이지리아(2천31명), 인도(1천935명), 방글라데시(1천745명)가 뒤를 이었다.
올해 1~5월에는 카자흐스탄(1천259명), 인도(656명), 러시아(654명), 이집트(630명), 중국(609명) 등의 순이었고, 예멘은 552명으로 6번째로 많았다.
난민으로 인정된 이들은 미얀마 출신이 26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에티오피아(119명), 방글라데시(104명), 파키스탄(59명), 이란(4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는 총 982명이었는데 이 중 2.3%인 23명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36명은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다.
난민 신청자는 난민 신청 6개월이 지난 뒤 단순노무직종에 한해 취업할 수 있으며, 취업이 제한되는 초기 6개월 동안에는 구성원 수에 따라 가구당 월 21만~138만원의 생계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때문에 실제로 생계비를 지원받는 이들은 극히 적다.
작년의 경우 난민 신청자가 9천942명에 달했지만, 생계비를 받은 이들은 436명에 불과했고 지원 기간도 평균 3개월이었다.
작년 지원된 생계비 총액은 8억1천700만원으로 2016년과 동일했다. 난민 신청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생계비 지원 예산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늘지 않고 있어 생계비를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난민 신청 6개월이 지난 이들은 단순노무직종에 한해 취업할 수 있는데 지난해 취업 활동 허가 수는 총 5천944건이었다.
법무부는 최근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제적 이주자와 불법체류자가 난민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들이 체류 연장의 방편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급증함에 따라 심사를 더욱 엄정하게 하는 한편, 허위 난민 신청 알선 브로커 단속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권운동가들은 난민 제도 악용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로 대부분의 난민 신청자가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인 난민센터 사무국장은 "똑같은 사건의 피해자가 외국에서는 난민으로 인정받는 반면, 한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사를 좀 더 전향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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