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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앙숙, UAE-카타르 갈등ㆍ군사 충돌로 비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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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앙숙, UAE-카타르 갈등ㆍ군사 충돌로 비화 조짐

입력
2018.01.16 17: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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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모로코에 있는 별장에서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왼쪽)이 카타르의 셰이크 압둘라 빈 알리 알-타니(오른쪽)와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8월 모로코에 있는 별장에서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왼쪽)이 카타르의 셰이크 압둘라 빈 알리 알-타니(오른쪽)와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동의 교통ㆍ물류 중심국가(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 온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카타르 간의 갈등이 군사 충돌까지 거론될 만큼 악화하고 있다. 평소라면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최근 우리가 UAE와 유사시 자동개입 수준의 군사협정을 맺은 사실이 밝혀진 만큼 향후 사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워싱턴포스트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UAE 민간항공청은 UAE를 이륙해 바레인으로 향하던 민간 여객기가 정상 운행 중 카타르 전투기 편대의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리적으로 카타르는 UAE와 바레인 사이에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태가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UAE측은 항공기 이름과 발생 장소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레이더에 포착된 카타르 전투기의 움직임과 승무원ㆍ승객들의 목격담을 근거로 위협적 상황이 전개됐다고 밝혔다. 또 “해당 항로는 예정된 운항으로, 국제적 기준을 준수했다”고 강조한 뒤 “국제법을 위반한 카타르 전투기의 비행 행위에 대해 모든 법적인 조처를 취하겠다”고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카타르는 즉각 “날조됐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카타르 정부 대변인은 이날 UAE 보도에 대해 “완전히 사실이 아니다”며 “정부는 구체적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두 나라의 갈등은 지난해 6월 UAE가 카타르에 대해 단교 조치를 선언하면서 표면화 되기 시작했다. 중동의 수니파 맹주를 자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바레인, 이집트 등이 시아파인 이란에 대한 견제책으로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카타르에 대한 단교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 나라의 라이벌 관계는 단교 이전부터 뿌리가 깊다. 아랍계 부족국가로 출발한 두 나라는 1971년 영국 보호령에서 벗어났지만, 카타르가 UAE의 연합체 제의를 거부한 뒤 독립 국가를 세우면서부터 틀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에너지 정책에서 상반된 국가발전 전략을 채택하고 중동 역내에서 상호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UAE는 원전 개발에 집중한 반면,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매달리고 있다.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UAE 입장에서 카타르는 ‘배신자’로 여겨진다”며 “특히 카타르가 허용한 중동 유일의 자유언론인 알자지라는 절대 왕정 유지가 목표인 UAE 정권 입장에선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두 나라 갈등이 군사 충돌로 비화할 경우 한국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UAE와는 원전, 카타르와는 LNG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논란이 된 ‘한-UAE 군사협정’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시절 협정을 체결한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UAE 원전 수출 대가로 유사시 자동개입을 보장한 군사 협정을 비공개로 맺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UAE에 파병된 150명 규모 아크부대가 유사시 중동 분쟁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아크부대가 UAE의 요인을 보호하는 데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러면 한국군은 자동으로 중동분쟁에 휘말리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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