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부실공사 논란에 시행사는 파산
채권銀까지 탈세 고발돼 땅 압류, 1800세대 4년째 토지등기 안돼
입주자들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공매로 인한 집값 폭락에 이중고
경기 고양시 덕이지구의 하이파크시티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47)는 입주 후 4년 동안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서울에 계속 살겠다는 가족들을 어렵사리 설득해 2011년 이사했지만 현재 남은 건 후회와 악몽뿐이다. 시행사의 파산과 시공업체인 신동아건설의 워크아웃 등으로 아파트 값이 폭락하자 가족들 볼 면목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채권은행과 세금납부 문제로 압류조치까지 하면서 A씨 집은 급기야 등기부 등본에 토지항목조차 없어졌다. 최근엔 분양가보다 35% 할인 공매한다는 플래카드가 아파트 주변 곳곳에 나부끼고 있어 A씨를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A씨는 “세금까지 포함해 집값을 모두 냈는데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고양시의 대형 아파트단지 1,800여세대가 4년째 토지등기도 안 된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500세대는 건물등기도 되지 않았다. 입주자들은 거액을 들여 아파트를 구입하고도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다 공매까지 진행되면서 집값이 폭락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황당한 사연의 발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동아 파밀리에는 3,316세대 규모로 2011년 3월 준공된 단지로, 농협과 우리은행을 주축으로 8개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줬다. 1,300세대는 분양대금을 완납하고 입주했으며 1,700세대도 입주를 앞두는 등 92%까지 분양되며 당시 미분양이 속출한 이웃 아파트단지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부실시공 논란 등이 불거지자 계약해지와 손해배상소송이 잇따랐다.
소송이 길어지자 입주예정 1,200세대는 시공사와 채권은행에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결국 계약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나머지 500세대는 분양대금 80%를 내고 잔금 20%는 2년 뒤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시행사와 계약하고 입주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채권은행이 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소유권 이전을 막으면서 시행사는 지난해 파산했다. 여기에 김용선 신동아건설 회장이 2013년 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김 회장은 아파트 324세대를 임직원 명의로 허위 분양해 중도금 1,300억원을 대출받았으며, 신동아건설은 이후 매달 대출이자로 수억 원을 물어주고 있다.
채권은행과 신동아건설은 현재 계약 해지한 1,200세대에 대해 35% 할인공매를 하고 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재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 토지등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시공사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채권은행과 시공사 등을 고발하고 아파트 토지권리를 압류하자 토지등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금납부가 채권은행의 대출금 회수보다 먼저 집행되도록 돼 있자 1,000억원 가까운 세금을 안 내기 위해 채권은행 주도로 정상적인 분양 대신 공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등기 안 된 집’이 사라지려면 채권은행이 세금을 납부하거나 국세청이 압류를 풀어야 하지만, 현재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채권은행이 세금 납부의사가 없는데다, 국세청도 세금 납부 전까지는 압류를 풀어주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4년이 지나도 등기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민들은 막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입주자 B씨(46)는 최근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러 갔다가 헛웃음을 지으며 되돌아왔다. B씨는 “집값이 공매가격 아래로 떨어져 거의 반 토막 수준이고 등기도 안 된 집인데 누가 사겠나. 집 생각만 하면 자살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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