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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서 故 김수환 추기경 1주기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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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서 故 김수환 추기경 1주기 미사

입력
2010.02.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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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하면서도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까 바보지."

16일 저녁 고 김수환 추기경의 목소리가 다시 명동성당에 울렸다. 1주기 공식 추모 미사에 앞서 평화방송이 준비한 영상물에서, 김 추기경은 소탈한 음성으로 다시금 자신을 바보라고 불렀다.

스크린에 비친 소천(召天) 직전의 그는 무연한 눈빛으로 "나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물기 어린 눈 속에서 '바보 천사'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분은 추기경, 대주교, 사제이기 전에 따뜻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이처럼 해맑은 추기경님의 미소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던 추기경님이 그래서 더 그립습니다."

미사가 시작되자 정진석 추기경이 이렇게 그를 회고했다. 정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김 추기경님은 평생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을 말과 행동으로 온전히 보여주셨다"며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을 넘어 그분께서 남기신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기억하고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엄숙하게 미사를 집전하던 정 추기경의 목소리도 "김 추기경님과 같은 시대를 살 수 있도록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대목에서 젖어들었다.

추모 미사는 정 추기경과 주교단,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청 대사, 김희중 대주교, 장익 염수정 강우일 주교 등 사제와 수도자들이 참석했다. 외교사절과 정치인들도 참석해 그를 기렸다.

그러나 김 추기경의 자취가 서린 명동성당을 빼곡히 채운 것은, 그가 생전 하느님처럼 여겼던 가난하고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그리움이었다.

장엄한 성가 가운데 1,300여명이 합창하는 '옹기장이'가 울려 퍼졌다.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과 같이 내게 있는 모든 것 주님 손에서 빚어지리니…'

옹기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노래였다. 추모 미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그분이 평소 보여주신 소박함과 푸근함이 내내 그리울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추모 미사에 이어 일요일인 21일 오전 11시 김 추기경이 안장된 경기 용인시 성직자 묘역에서 염수정 주교와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추모 미사를 연다. 공식 추모 기간으로 정해진 다음달 28일까지 유품전과 추모 미술전, 음악회 등의 행사도 연이어 진행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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