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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경고

입력
2016.11.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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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기성정치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영국이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고 미국 대선에서는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르펜 대표는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급부상하고 있다. 내달 4일에 있을 오스트리아 대선에서도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아웃사이더들이 급부상하는 이유로는 표면적으로는 반이민정서, 민족주의, 고립주의 등의 의미로 설명하고 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기성정치에 대한 유권자 분노의 표출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우리의 정치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현상’과 지역맹주가 없는 국민의당의 부상, 쟁점이슈의 이념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그들만의 적당한 타협과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기성정치권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여소야대’의 새로운 3당 체제는 기득권에 안주한 거대양당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국회 의석의 일정 부분을 차지해 거대 양당을 견제하는 제3·제4정당의 출현이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응하는 기성 정치권의 무능과 혼선은 촛불집회에서 위대함을 보여준 국민들의 모습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여당은 여전히 계파 갈등에 휩싸여 사태 수습보다는 책임론을 두고 공방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핵심 인사들의 탈당과 분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야당은 겉으로는 상호 공조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각자 다른 속내를 갖고 아무런 실질적인 성과도 대안도 없는 구호만 남발하고 있다. 알맹이 없는 선명성 경쟁에 돌입한 형국이다.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야권의 잠룡들이 모여 대통령 탄핵 추진과 총리 선출 및 과도 내각 구성을 건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국회에 의견을 제시한 ‘정치 쇼’에 불과한 것으로 그동안 여당 일부에서 주장했던 내용과 다를 바 없다. 그동안 여야에서 중구난방으로 주장했던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 논의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제 발표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로 대통령의 범죄 공모 혐의가 파악되어 법률 위배에 대한 탄핵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입건되어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1987년 헌정 체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탄핵의 대상이 되었다. 비록 대통령 측이 수사결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탄핵은 돌이킬 수 없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의 지도자들은 그동안 촛불민심에 편승해 자기정치를 위한 자극적인 막말과 선동을 일삼았다. 국민들이 더 이상의 불신을 갖지 않도록 탄핵의 절차를 철저히 준비하기 바란다. 여당의원의 협조 여부, 헌법재판관의 성향 등에 대한 이해계산은 중단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가 철저히 밝혀지고 우리의 헌법과 민주주의가 손상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특별검사 추천, 국정조사의 개시, 책임총리 추천 등 적극적이고 신속한 협의가 필요한 난제가 쌓여있다. 더 이상 엇박자 행보로 인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국회 내에 초당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사태 해결과 대안 마련에 몰두하기 바란다.

최순실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대통령 본인과 청와대 참모진 및 여당에게 있지만, 3권 분립의 대통령제에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한 국회의 책임도 크다. 지난 촛불집회에서 강하게 표출되었듯이 일반 국민들의 시선으로는 여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국회의 직무유기는 국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교섭단체인 정당의 국민소통과 국민대표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87년 체제에 안주하면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기성정치권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던져진 경고를 가벼이 본다면, 국민에 의한 강제적인 정당체제 재편이 시작될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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