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의 헬기 사격 의혹 등을 조사해 온 국방부 5ㆍ18특별조사위원회가 7일 “육군이 공격헬기인 500MD와 기동헬기 UH-1H를 이용해 1980년 5월 21, 27일 광주 시민을 향해 여러 차례 사격을 가했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근거로 계엄사령부가 22일 전투병과교육사령부에 ‘무장폭도들의 핵심점을 사격 소탕하라’ ‘시위 사격은 20mm 발칸, 실사격은 7.62mm가 적합’ 등의 지침을 하달한 것과 실제 헬기에 발칸실탄을 싣고 출동했고 위협 사격도 있었다는 증언을 제시했다. 당시 수원과 사천의 공군 비행단에서 전투기 등에 폭탄을 장착하고 대기한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특조위 조사는 광주시와 5ㆍ18기념재단 등이 재작년 진행한 광주 전일빌딩 탄흔 의혹 규명 작업의 결실이다. 탄흔 감식을 의뢰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헬기 사격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내자 지금까지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해 온 국방부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고 새 정부 들어 조사위원회까지 꾸려졌다. 사건 발생 37년여 만이니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그동안 국회와 검찰, 국방부 진상조사에서 풀리지 않던 의혹이 일부라도 이렇게 밝혀진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진상이 충분히 규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특조위는 당시 이례적으로 폭탄을 장착한 전투기가 대기했다면서도 그것이 광주를 폭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근거 자료는 발견하지 못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헬기 사격을 포함해 5ㆍ18 발포자를 구체적으로 밝혀 내는 작업도 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발굴 작업에도 성과가 없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5ㆍ18 암매장 의혹도 사실 규명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가 인정하는 실종자는 82명뿐이지만 관련 단체 등이 파악하는 실종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
적극적 진상 조사를 위해서는 관련법 제정이 필수다. 지난해부터 민주당과 과거 국민의당 등에서 각각 발의한 5건의 ‘5ㆍ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집단 발포 경위와 발포 명령 계통을 비롯해 희생자 암매장, 북한군 침투 조작, 군 심리전 요원 잠입 활동 등 5ㆍ18 관련 여러 의혹을 조사권과 동행명령권, 수사 요청권을 가진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제대로 밝히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공청회 개최 요구 등 자유한국당의 소극적 태도로 지난 정기국회에서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가 언제까지 5ㆍ18 진상 규명의 걸림돌이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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