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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광야에서 찾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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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광야에서 찾는 희망

입력
2018.01.02 14: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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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내년엔 뭐 먹고 살지?’라는 주제로 송년 행사를 열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많은 질문과 고민을 나누었다. “일을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요?” “이상과 현실의 갭(Gap)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직장이 지겨워요.” “흙수저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이상부터 현실까지 질문의 범위는 다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필자가 대기업을 다니던 시절에는 고민이 좀 더 이상적이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비교적 안정적인 연봉이기에 그나마 다양한 고민들을 할 여지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케이스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대부분 우리들의 고민은 보다 현실적이다. ‘내년엔 뭐 먹고 살까?’, ‘지금보다 좀 더 많이 어떻게 벌까?’ 또는 ‘당장의 빚들을 어떻게 갚을까?’까지 고민의 영역이 철저히 ‘먹고사니즘’ 한가지로 수렴하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 따르면 1980ㆍ90년대는 블루오션의 시대였다고 한다. 누구나 뭘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고도성장기의 시대. 그 당시만 해도 아마 우리들의 미래가 계속 그렇게 푸른 바다로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일까.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 2015년 두산 신입사원 명예퇴직? 2016년 알파고 승리와 AI 시대의 도래? 그 배경이야 어찌 되었든 지금 우리는 광야의 시대를 살고 있다. 실업률은 점점 오르고, 월급 인상률은 점점 떨어지고, 정년도 짧아지며,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들로 앞으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와 언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니, 주입식 교육의 혁신이니, 기업가정신이니, 덴마크식 복지니 수많은 아젠다를 소개하고 제시한다. 우리는 열심히 베스트셀러를 탐독하며 변화하는 미래 시대를 읽어보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내일 출근하는 회사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가 바뀌고 정책이 조금씩 개편되는 것 같아도, 당장의 내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나는 당분간 향후 몇 년간은 지금과 똑같이 계속 살아가게 되겠지.

필자 역시 이런 생각들 속에 파묻혀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0개의 생각은 1개의 행동보다 열등하다.’ 그 이후 작은 행동들을 통해 하나씩 실험하며 지금도 고생중이지만, 퇴사학교라는 곳을 통해 조금씩은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영화 1987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런 날이 과연 올까요?” 영화 속 화자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며, 지금의 탄압과 불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내뱉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알고 있다. 지독한 광야를 지나며 누군가의 희생과 집요한 노력으로 그런 날이 점차 오고 있음을.

앞으로의 미래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도 당분간은 광야를 걸어야겠지만 그것은 황무지가 아닌 희망을 찾는 광야가 될 것이다. 그것은 비트코인 투자나 토익 점수처럼 어느 한 순간 딱 하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답답함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짜잔 하고 변화될 것이라는 환상. 그런 건 없다. 직장인이라면 적어도 몇 년 이상은 꾸준히 준비하며 장기적인 희망을 찾아야 한다.

아는 분이 매년 연말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한 해를 돌아보며 더 나은 사람으로 짜잔 하고 변화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늘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시도들을 통해 ‘글쓰기’와 ‘코칭’이라는 관심사를 발견하고 그 방향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되어, 이번 연말은 한결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올 한해 이처럼 작은 변화들로 희망을 찾는 분들이 더 많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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