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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수술' 조장… 브로커만 수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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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수술' 조장… 브로커만 수천명

입력
2015.04.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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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중국 현지에 여행사 차린 뒤

성형·관광 묶은 패키지 상품 판매

정식 등록업체 대학병원 수수료 15%

불법 브로커는 최대 90%까지 챙겨

하루 평균 100~200명 수술할 땐

간호사 등 대신 수술 의심해봐야

검찰이 서울 강남 일대의 유명 성형외과들과 불법 브로커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착수(▶본보 24일자 기사보기)한 가운데 불법 브로커를 통한 외국인 관광객 성형 수술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강남 일대에서 만난 성형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성형 수술과 관련해 불거지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불법 브로커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불법 브로커는 대부분 중국 현지에 여행사를 차린 뒤 성형과 관광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며 점 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중국인과 조선족이 대다수고, 일부는 유학생도 섞여 있다고 한다.

불법 브로커는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성행하고 있다. 성형업계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불법 브로커 수가 2,000명을 훌쩍 넘어섰다고 추산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09년 의료법을 개정해 예외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환자 유치 중개업을 허가했다. 이런 양성화 조치로 2009년 94곳에 불과했던 등록업체는 지난해 1,181곳까지 불어났지만 불법 브로커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강남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 중개업을 운영하는 A씨는 “정식 등록업체는 많아야 3,4명의 환자를 유치하는 데 반해 불법 브로커는 보통 10여명, 많으면 20명 이상씩 환자를 끌어온다”고 말했다.

불법 브로커들은 통상 여러 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수료 협상을 벌인 뒤 가장 높은 수수료를 주는 병원으로 환자들을 연결해준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국내 성형외과 병원들의 경쟁이 격화되면 불법 브로커가 갑(甲)이 되는 역전현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등록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정식 등록업체는 대학병원의 경우 15%, 개인병원의 경우 3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데 비해 불법 브로커는 50% 이상 최대 90%에 달하는 폭리를 챙기고 있다”며 “수술비용의 10배까지 받아 챙기는 브로커들이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말했다.

대형 병원과 결탁해 현지에서 사람들을 끌어와 목돈을 만지게 된 브로커들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병원에 지분을 갖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의 지분이 더 많아져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강남 지역의 한 성형외과 병원장은 “갑자기 큰 병원이 생기거나 작은 병원이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 사무장 병원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병원 또는 사무장 병원이 이처럼 박리다매식으로 환자를 끌어들이면서 불거진 문제가 바로 ‘유령 수술’ 이라고 강남 성형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유령 수술은 환자에게 전신 마취제를 투여해 의식을 잃으면 직접 수술을 하기로 한 집도의가 수술하지 않고 다른 의사나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대신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유령 수술 도중 환자에게 들키지 않게 마취제를 적정량 이상 투여해 종종 의료사고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ㆍ코ㆍ이마 수술을 받던 중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한 50대 중국인 여성의 경우도 유령 수술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성형 전문의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양악 수술처럼 큰 수술은 5, 6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보통 개인 병원에서 하루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아무리 많아도 20~30명 정도”라며 “일부 대형 병원처럼 하루 평균 100~200명의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유령 수술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업계와 정부도 불법 브로커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불법 브로커를 신고하면 포상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브로커가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환자에게 정확한 의료비용을 알리기 위해 지난달부터 수술 유형과 이에 따른 비용 등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 이르면 5월 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의료관광 정보사이트인 메디컬코리아 다국어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민병두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윤리이사는 “불법 브로커는 대형 병원과의 유착, 사무장 병원, 유령 수술 등 성형 관련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어렵게 일구어 나가고 있는 의료관광시장이 다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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