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의 안전성 논란이 뜨거운 감자다. 의사들은 한약의 안전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산 한약재를 사용해도 동의보감이 저술된 조선시대에 비해 환경이 악화돼 한약재가 각종 오염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 납중독으로 인해 간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사들은 한약의 안전성을 보장받기 위해 혈액검사권을 한의사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영철 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한의사들이 연구목적으로 혈액검사를 할 수 있지만 의사와 달리 혈액검사 지시를 내릴 수 없다”면서 “한방의 과학화는 물론 국민건강권 차원에서 한의사에게 혈액검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 “현대의학 발전으로 의과ㆍ한방 의료 간 진료방법 및 치료기술이 점차 접근돼 가고 있다”면서 “채혈을 통해 검사결과가 자동적으로 수치화돼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혈액검사기를 사용할 수 있어도 환자에게 혈액검사와 관련된 비용 청구는 물론 혈액검사권이 없어 혈액검사를 의사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의과ㆍ한의과를 운영하는 일부 의료원에서는 한의사가 의사에게 검사를 의뢰하는 ‘범용검사’를 통해 혈액검사 데이터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한의원에서는 지역의 내과 등에 혈액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서울 강남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평소 친분 있는 의사에게 혈액검사를 의뢰하는데 대한의사협회에 눈치가 보인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씁쓸해했다.
한의사들은 한약 안전성 확보 차원뿐만 아니라 1차 의료기관 기능 회복을 위해 혈액검사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보건당국 요구에 따라 한의사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질환 입력 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사용하지만 검사권이 없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혈액검사를 통해 B형 간염, 당뇨, 빈혈 등 환자상태를 점검해 한약을 사용하면 한약 안전성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미연 강동경희한방병원 교수는 “혈액검사는 효율적인 한방치료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수치화돼 추출되는 혈액검사를 한의사가 할 수 없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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