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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도 깜짝 놀랄 도우미견 ‘도그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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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도 깜짝 놀랄 도우미견 ‘도그빈치’

입력
2017.07.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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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 이야기]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대거

300개 작품 이상 그려 2만 달러 기부

'도그빈치'로 불리는 화가 견공 대거가 미국 뉴욕주 매서피쿼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도그빈치'로 불리는 화가 견공 대거가 미국 뉴욕주 매서피쿼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개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미국 CBS방송, 폭스 TV, 영국 타임지 등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한 대거(4세)는 그림을 그리는 천재 개로 알려져 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의 혼종인 대거는 언론과 팬들 사이에 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빗대어 ‘도그 빈치(dogvinci)’로 불린다. 덕분에 대거는 지난 2년간 300여점의 그림을 그려 총 2만 달러(약 2,300만원)의 수익을 거둬 다른 동물들을 도왔다.

미국 뉴욕주 매서피쿼에 사는 반려인이자 화가인 이본 대거씨를 찾아가 대거의 재능에 대해 알아봤다. 대거씨는 11세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미 호스스트라 대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토요일 이른 오후, 대거씨가 음악이 흐르는 아틀리에에 하얀 캔버스를 세워 놓았다. 그는 대거에게 화가의 상징인 빨간색 빵모자를 씌웠다. 함께 살고 있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야야와 뛰어 놀던 대거는 모자를 쓰자 금세 의젓해 졌다.

이본 대거씨가 아틀리에에서 대거(오른쪽), 야야와 함께 미소짓고 있다.
이본 대거씨가 아틀리에에서 대거(오른쪽), 야야와 함께 미소짓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은 간식이다. 야야와 사이 좋게 간식을 나눠 먹은 대거는 대거씨가 미리 준비한 4,5종의 물감 가운데 하나를 머리로 툭 쳐서 색깔부터 골랐다. 대거씨는 물기 좋게 제작한 붓에 물감을 묻혀 대거에게 주었다. 붓을 입에 문 대거는 캔버스 위에 붓을 세심하게 놀리며 그림을 그렸다.

“굿 잡.(Good job·잘했어)” “굿 보이.(Good boy· 아이고 착해)” 연이어 대거 씨의 폭풍 칭찬을 들은 대거는 꼬리를 흔들어 화답했다. 칭찬이 끝나자 대거는 곧바로 그림 앞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대거는 외신 보도에 나온 의젓한 모습과 달리 처음 본 사람에게도 꼬리를 마구 흔들며 놀아달라고 공을 물어올 정도로 활동적이고 사람을 좋아했다. 주인과 손님을 향한 뽀뽀세례도 잊지 않았다.

대거가 사람을 좋아하는 건 원래 장애인 도우미견으로 육성된 게 크게 작용했다. 대거씨 부부는 장애인 도우미견 양성소인 캐이나인 컴패니언(CCI)에서 8주된 대거를 데려왔다. 당시 부부는 도우미견을 1년간 일반 가정에서 기르는 사회화 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18개월 후 대거는 양성소로 돌아가 서랍 열기, 문 여닫기 등을 배웠지만 겁이 많은 성격 탓에 결국 도우미견이 되지 못했다. 이후 부부는 반려견으로 더 할 수 없이 좋은 대거를 입양했다.

대거의 그림 그리는 재능은 우연히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여름 어느 날 화가인 대거 씨가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빤히 쳐다보는 대거를 향해 농담 삼아 “한 번 그려볼래?”라고 말을 건넸다. 그는 “대거가 마치 알아듣는 듯 마구 꼬리를 흔들었다”며 “붓을 물려 주니 캔버스에 붓을 밀며 색을 칠했다”고 말했다.

화가 견고 대거가 자신의 입에 꼭 맞는 붓을 물고 있다. 반려인 이본 대거씨는 대거가 붓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자 아예 그리기 편한 붓을 제작해 줬다.
화가 견고 대거가 자신의 입에 꼭 맞는 붓을 물고 있다. 반려인 이본 대거씨는 대거가 붓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자 아예 그리기 편한 붓을 제작해 줬다.

이를 본 대거씨는 대거가 물기 쉬운 붓을 만들었다. 대거는 이 붓을 물고 약 한 달 만에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다. 대거씨는 “도우미견 훈련 때 배운 명령어를 바꿔서 가르쳤다”며 “문을 밀라는 명령인 푸시(push)를 그림을 그리라는 페인트(paint)로, 물건을 집으라는 게트(get)를 붓을 가리키는 브러시(brush)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거에게 과도한 일을 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거씨는 “대거가 그림 그리는 시간은 하루 한 시간씩 1주일에 4일 정도”라며 “대부분 낮잠을 자고 다른 개들과 놀며 보낸다”고 답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거의 꼬리를 보면 정말 일을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거가 잠깐의 작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거를 움직이는 간식과 폭풍 칭찬이다.
대거가 잠깐의 작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거를 움직이는 간식과 폭풍 칭찬이다.

치료견 자격증도 보유한 대거는 때때로 노인과 아이들이 있는 요양원이나 병원, 재활센터, 학교를 찾아 그림을 그리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대거씨는 “지난 2년간 대거 덕분에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며 “보다 자유롭고 여유가 생긴 예술가가 됐다”고 밝혔다.

대거씨의 바람은 앞으로 대거가 일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는 “대거가 너무 자랑스럽다”며 “진심을 다해 그림을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해주려는 대거의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뉴욕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동물 전문 페이스북 동그람이(www.facebook.com/animalandhuman)에서는 대거가 그림을 그리는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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