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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월호 특별법’이 국가를 뒤흔든다고?

입력
2014.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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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100일이 돼가지만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특별법에 의해 설치될 진상조사기구의 권한이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기구에 수사권·기소권을 주는 것은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며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민간기구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먼저 바로 잡아야 할 것은 세월호 특별법의 진상조사기구는 ‘민간기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상조사기구는 법률에 의해 설치돼 세금으로 운영되며, 국회와 피해자단체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과 공무원의 권한의 책임을 갖는 직원들이 운영하는 엄연한 ‘국가기구’다. 한시 기구라는 점에서 특별함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검찰이 아닌 국가기구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수사권·기소권을 어느 기관에 부여할 것인지의 여부는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정하면 될 문제다.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을 독점해야만 헌법에 합치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특별’검사에게 여러 차례 수사권·기소권이 부여된 바 있으며,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상설특검제 도입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물론 수사권·기소권이 여러 국가기구에 무분별하게 분배돼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주로 문제가 된 것은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독점으로 인한 폐해였다.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불신이 수사권·기소권의 ‘분산’을 요구해 온 것이다. 특검제나 세월호 특별법에서처럼 특별한 필요에 의해 수사권·기소권을 검찰이 아닌 다른 기구에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시대적 요청과 맞물려 있다.

정부 여당 입장의 속내에는 아마 진상조사기구가 이곳 저곳 들쑤시고 다니며 권력을 남용하지 않을까 하는 정치적 우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가족대책위가 제안한 특별법안에 따르면 진상조사기구의 위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8인과 피해자단체가 추천하는 8인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렇게 구성되는 진상조사기구가 대통령이 단독으로 수장을 임명하는 검찰에 비해 독립성과 권력남용의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특별법에는 어디까지나 임의조사가 원칙이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된다고 명시돼 있다. 압수수색을 하려면 ‘범죄’ 혐의 등 엄격한 법적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진상조사기구가 조사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치국가적 통제를 받아가며 수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일 뿐, 정부 여당이 걱정하는 무분별한 권력 남용의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후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고, 이미 선장과 선원 등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감사원은 감사를 진행했고, 국회는 국정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여전히 해소된 문제보다 해소돼야 할 의혹이 훨씬 많다. 엊그제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지적한 세월호 관련 쟁점사항은 무려 89개에 달한다. 기존의 국가기구가 이 문제를 다루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적폐’를 언급하고 ‘국가대개조’를 약속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적 국가기구에 충분한 권한을 주고 문제해결을 맡겨보자는 것은 전혀 과한 제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있을 때마다 매번 이렇게 방대한 권한과 조직을 가진 진상조사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쁜 선례’가 되리라는 우려다. 이쯤 해서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한 번 돌아보자. 그 동안 수많은 안전사고가 있었지만 언제나 안이하게 문제를 봉합해왔고, 그것이 또 다른 사고를 야기하는 원인이 됐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오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사고가 날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고 특별기구를 설치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이런 대형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적폐’를 일소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고자 제안된 것이 바로 세월호 특별법이다. ‘나쁜 선례’가 아니라 ‘마지막 선례’가 돼야 한다는 절박함의 산물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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