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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힘’ 유럽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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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힘’ 유럽서 통했다

입력
2017.02.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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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왼쪽)가 18일 오후(현지시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상수 감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 감독은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김민희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주는 등 친밀한 사이를 드러내는 행동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베를린=연합뉴스
배우 김민희(왼쪽)가 18일 오후(현지시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상수 감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 감독은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김민희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주는 등 친밀한 사이를 드러내는 행동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베를린=연합뉴스

김민희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

영화계 “홍 감독 예술성ㆍ네트워크

두터운 신뢰얻어 큰 상 받아”

강수연 베니스ㆍ전도연 칸 이어

30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성과

감독과 배우 불륜 스토리 다뤄

배우 김민희(34)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 배우가 배우상을 수상하기는 김민희가 처음이다. 이른바 세계 3대 영화제(칸국제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가 경쟁부문 상을 받기는 2007년 칸영화제에서의 전도연(‘밀양’) 이후 10년 만이다.

김민희는 18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에서 이름이 호명되자 무대에 올라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가 누군가에는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민희의 수상은 한국영화계에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1987년 강수연이 영화 '씨받이'(감독 임권택)로 제44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은 지 30년 만에 3대 영화제 여자배우상을 한국 배우가 모두 수상하는 이색 기록을 세우게 됐다. 국내 여배우들이 ‘트리플 크라운’이라 불릴 만한 성과를 30년에 걸쳐 합작해 낸 셈이다.

국내 영화계는 김민희의 수상을 두고 "홍 감독의 영화가 유럽에서 이룬 쾌거"라고 입을 모아 평가하고 있다. 김민희의 연기력도 뛰어났지만 홍 감독이 그동안 칸과 베니스 등 주요 해외 영화제에 단골 손님으로 초대되며 기반을 닦아 온 결과물이라는 해석이다.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으로 불리는 홍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만 지난 2008년 '밤과 낮'과 2013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이어 이번까지 세 번 초청됐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는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2005년 '극장전', 2012년 '다른 나라에서'로 세 차례 진출했다. 하지만 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화 ‘하하하’가 2010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최고상인 주목할만한 시선 상을 수상했으나 3대 영화제의 꽃이라 할 경쟁부문에서 상을 받은 적은 없다. 홍 감독은 3대 영화제 경쟁부문 무관의 한을 김민희의 여자배우상 수상으로 풀었다.

배우 김민희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다. 전원사 제공
배우 김민희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다. 전원사 제공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한 홍 감독은 생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듯 한 화법으로 남녀 관계의 감정변화 등을 솔직하게 그려내 주목 받았다. 비슷한 설정과 전개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일부 있었으나 꾸준히 영화를 만들며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신이 겪은 듯한 소재를 영화에 활용해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다.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남자 주인공이 영화감독이고 유부녀를 사랑하는 한 여인을 스크린 중심에 둬 더욱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따랐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김민희의 수상은 홍 감독의 유럽 영화계에서 갖는 네트워크 자산이 풍부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수년 동안 유럽의 유수 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면서 그의 예술성과 작품성이 유럽 영화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홍 감독의 예술 방식이 유럽 시장에 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베를린영화제가 김민희에게 여자배우상을 안겼다는 건 홍 감독의 영화에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축하 받아 마땅한 수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상을 받아도 도덕성 논란은 피할 수 없다”는 냉담한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불륜설이 불거지면서 여러 추측과 소문을 낳았던 김민희와 홍 감독의 적절치 않은 관계로 트로피의 의미가 많이 훼손됐다는 의견이다.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진 한 여배우가 독일의 함부르크와 한국의 강릉 등을 여행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담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와 홍 감독의 현실을 반영한 듯해 영화제 개막 전부터 주목 받았다. 달갑지 않은 ‘입소문’ 때문인지 영화제 기간 열린 시사회 4회 모두 매진됐다.

두 사람은 영화제 내내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당당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른쪽 약지 손가락에 금반지를 하나씩 나눠 낀 두 사람은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손을 꼭 잡고 카메라 앞에 섰고,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도 나란히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홍 감독은 지난 16일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김민희와의 관계를 두고 "가까운 사이(close relationship with her)”라고 말했고, 김민희는 여배우상을 수상하며 "오늘 이 기쁨은 홍 감독님 덕분이다.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의미심장한 소감을 밝혔다. 두 사람이 불륜설 이후 국내 공식 행사에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도,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도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민희는 지난해 11월 영화 ‘아가씨’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시상식에는 나오지 않았다. 홍 감독은 지난해 부인과 이혼 조정에 실패해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론은 두 사람이 영화로 공적인 기여를 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여배우상 수상이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라는 시선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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