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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여혐] “균형잡힌 성 인식 위해선 남자 교사ㆍ아버지 역할 중요”

입력
2017.07.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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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교사가 성평등 교육해야

남아들 귀 기울여 고정관념 깨

가정서 아버지 행동도 영향 커

“남학생들은 여교사가 성평등 교육을 하면 무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내용을 남자 교사가 하면 일단 들어는 보죠. 학생들이 균형 잡힌 성 인식을 갖는 데에 아버지, 남자 교사 등 성인 남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용석 교사가 남학생들이 올바른 성 감수성과 인지력을 갖기 위해서는 남자 교사와 아버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이용석 교사가 남학생들이 올바른 성 감수성과 인지력을 갖기 위해서는 남자 교사와 아버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경기 부천남중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이용석(47) 교사는 지난해 12월 교내 ‘성 평등 게시판’ 논란에 휩싸여 ‘중학교 메갈 교사’라고 공격받은 주인공이다. 그는 이를 계기로 성 평등 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인문사회부장이었던 그는 ‘성 평등 관련 내용을 다룰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학교 2층 복도 게시판에 ‘성 평등 코너’를 만들었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여성혐오를 다룬 ‘여성 혐오 피라미드’ 그림과 ‘여성 혐오는 있지만,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남성혐오는 없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뇌피셜메갈리아4’ (뇌피셜은 근거 없이 상상한 것을 사실인 양 말하는 것, 메갈리아4는 과격한 페미니스트 집단의 페이스북 페이지)라는 여성혐오적 공격 표현이 게시판에 적히는가 하면, “남성 혐오가 없긴 왜 없느냐”는 반박 글도 붙었다. 이 교사는 교장ㆍ교감의 승인을 받아 아예 본격적으로 여성 혐오를 주제로 한 공개 토론을 열기로 했지만 ‘성 차별적 교사 퇴출하라’는 글이 학교와 관할 교육지원청의 게시판을 도배하는 바람에 토론회를 접었다. 게시판에 올린 게시물도 모두 치웠다. “많은 분이 저에게 듣고 보기 거북한 여성혐오 표현을 쓰면서 비난을 하더군요. 제가 여성인 줄 알았던 이들도 상당수였는데, 그들이 제가 남자 교사인 것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남자 교사의 역할을 깨달았다. “제가 수업 시간에 군 복무 가산점 제도에 반대한다고 얘기하면 일부 남학생은 ‘선생님은 군대도 갔다 왔으면서 왜 남자에게 불리한 말씀을 하세요’ 하며 반발합니다. 배신자라는 말도 하죠. 하지만 그러면서 남학생들이 이 문제를 한 번 더 고민할 것이라고 봐요. 같은 문제를 여교사가 꺼내면 남학생들은 내용은 듣지도 않고 ‘선생님도 여자니까 그렇다’는 식으로 문을 닫아버립니다. 많은 남학생이 ‘남자들끼리는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선 남교사가 고정 관념을 깰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평소 학생들과 성 평등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이 교사는 남학생들이 성폭력을 좁게 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남학생들은 성폭력이나 성차별을 신체적 접촉이나 완력의 문제로만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포함된 여성 혐오의 단편이나,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적 인식에 대해선 둔감하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과거보다 조금 나아졌다고 여성 차별은 없다고 단정하는 편이고요.”

가장 가까이에서 역할모델이 되는 아버지의 행동 역시 성 평등 인식에 내밀한 영향을 미친다. 이 교사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내가 벌어다 준 돈으로 살림을 이것밖에 못하느냐’고 타박하거나 가사는 전적으로 어머니에게 미루는 행동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아 저 정도는 당연한 거구나’라고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몸에 익히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란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학생이나 여자 교사들에게 문제 행동과 발언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것. 이 교사가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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