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영우 국방위원장 소신 대로 상임위 개최
미방위 법사위, 與 위원장 사회권 받아 野 단독 개최
정무위 증인 채택 불발됐지만 4일 野 단독 개최 예고
이번주 국감 보이콧 마지노선, 넘기면 회복불가 위기감
미르재단, 한국의집에 프랑스 요리학교로 임대 요구 등 갑질
‘반쪽 국정감사’ 나흘 째인 29일 여야 의원들이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들며 국감 대열에 속속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날을 넘길 경우 국감 기간(26일)의 5분의 1을 날려 버려 부실 국감의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감 보이콧 대오 이탈의 첫 테이프는 당 지도부의 지침을 정면으로 거부한 새누리당 소속의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끊었다. 자당 의원들의 만류에도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던 김 위원장은 국회 국방위 회의장 위원장석에서 방위사업청 국감 개의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국감 보이콧 정국에서 여당 의원의 국감 참여는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셨다”며 반겼으나, 나머지 여당 국방위원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회의 자체는 반쪽으로 진행됐다. 여당 간사인 경대수 의원은 “위원장의 결정이 오히려 여야 극한 대결을 촉진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고 쏘아 붙이며 자리를 떴다.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의 국감 보이콧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던 야당 의원들도 사회권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단독 개최를 불사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당초 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을 향해 “오늘까지만 기다리겠다”면서, 자당 의원들에게는 ‘자제령’을 내렸다. 여당을 자극하기 보다는 국감 정상화를 위한 협상의 물꼬를 터보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진 사태로 인한 원전 위험성 문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 등 시급한 현안 규명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단독 국감을 강행했다.
법사위 박범계, 미방위 박홍근 더민주 간사는 새누리당 권성동, 신상진 위원장을 대신해 사회권을 이양받는 방식으로 위원장 석에 앉아 국감 개시를 선언했다. 이들은 ‘국감에서 위원장이 직무를 거부, 회피하거나 직무 대리자를 지정하지 않을 경우 교섭단체 간사 중 위원수가 많은 교섭단체 간사 순으로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는 국회법 50조 5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기습적인 야당의 단독 개최에 새누리당은 ‘무효 국감’이라며 회의 방해까지 했다. 미방위 박대출 새누리당 간사는 “공식회의가 아니다”며 “속기사도, 회의록도 쓰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적반하장”이라고 맞서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한 국감을 강행했다. 법사위에선 야당이 여당의 국감 복귀를 촉구하는 의사진행 발언 만 30분 진행하고 감사를 중지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미르재단이 전통문화체험관인 ‘한국의집’을 자신들과 업무협약을 맺은 프랑스 요리학교 에꼴 페랑디의 실습식당으로 헐값에 사용하게 해달라고 한국문화재단에 요구한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일개 민간 단체가 공공기관에 무리하게 압박을 넣은 데는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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