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대 특파원 中단둥 르포]
쇼핑몰,시장 겉으론 평소 같지만
“中정부 세부지침 곧 내려올 텐데
해관검사 강화될 것” 폭풍전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통과(2일) 후 첫 주말인 5일과 6일 북중교역의 관문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겉모습은 일주일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대북제재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세부 지침이 조만간 확정될 거란 예상 때문인지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비가 내린 5일과 달리 6일엔 압록강대교 수변공원이 온종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압록강을 따라 북한 신의주 근처까지 오가는 유람선도 평소처럼 운항하고 있었다. 오전 9시께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넘어오는 화물열차가 압록강대교를 지나는 모습도 목격됐다. 북한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물품의 80%가 구매된다는 단둥시내 신류(新柳)쇼핑몰ㆍ시장에도 물건을 사러 온 북한 주민들이 많았다.
물론 주말이어서인지 단둥해관(세관)과 화위안(花園)물류센터에선 트럭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과 북한의 물품이 주로 팔리는 ‘고려거리’도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많아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물품을 싣고 압록강대교를 오가는 트럭도 눈에 띄지 않았다. 고려거리에서 만난 한 상점 주인은 “원래 주말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지난주에도 손님들이 꽤 많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만 붙잡고 얘기를 나눠보면 거의 예외 없이 걱정을 한 짐 안고 있었다. 한 대북무역상은 “다음주부터 해관에서 물품 검사를 꼼꼼히 할 거란 얘기가 있다”면서 “아마 물류센터나 해관 근처 도로가 꽉 막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돈인데 그것만으로도 큰 일”이라고 했다. 대북사업에 종사하는 한 교민도 “북한산 석탄이나 농수산물에 대해 환경규정 같은 걸 조금만 철저히 적용해도 이 곳은 난리가 난다”면서 “중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릴지 마음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대북소식통은 “불법으로 건너와 일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돌아가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엔 중국 공안이 불법체류중인 북한 노동자들을 상당수 돌려보냈는데, 이번 4차 핵실험 이후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불법체류중인 북한 노동자가 수천 명일 텐데 중국 정부가 이들을 내보내기 시작할 경우 이 곳의 공장이나 건설현장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여기나 저기(북한)나 폭풍전야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신류쇼핑몰ㆍ시장에서 만난 한 의류매장 주인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어제도 조선(북한)인 단골손님들이 여럿 왔는데 물건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사길래 ‘돈 많이 벌었나 보다’ 하고 말했더니 ‘혹시 당분간 못 올 지도 몰라서 그런다’고 하더라.”
중국 정부가 대북송금을 완전히 차단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듯했다. 북한 측에선 애초부터 무역거래 시 중국인을 내세워 차명거래를 하거나 현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지역은행 관계자는 “다른 큰 은행에선 지금도 북한으로 송금이 되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까지 따로 지침이 내려온 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당장 북중교역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은 불가피해 보였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1년 단위 자체 교역쿼터를 2월 하순이나 3월 초에야 마련하는데다 중국상인들도 음력 2월 초까지 많이 쉬어 1, 2월은 다른 때보다 물동량이 적다”면서도 “중국이 대북제재안을 의식해서 화물 검사ㆍ검역을 조금만 철저히 하거나 북한이 제시한 쿼터에 문제를 제기하면 북중간 교역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북한산 석탄에 대해 중국 당국이 유황성분 함유량 등을 문제 삼아 반입을 거부한 적이 꽤 있었다고 한다.
한 대북무역상은 “잘 아는 세관 직원에게 에둘러서 뭔가 조치가 내려온 게 있는지를 물었는데 명확하게 얘긴 안 하지만 아직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건 중국 정부라 그냥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의주 쪽 압록강 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침 그 곳에는 지난주에는 볼 수 없었던 적지 않은 규모의 북한 화물선 몇 척이 정박해 있었다.
단둥=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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