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기구에 인공위성 발사계획을 전격 통보하면서 실제 장거리 미사일을 언제 발사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전례에 비춰 광명성절인 김정일 생일(2월 16일)을 앞둔 10~14일 사이가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예고한 발사기간은 8~25일(18일간)이다. 지난 2012년 12월 은하3호 발사 당시 1일 발사계획을 공개하면서 예정기간을 10~22일(13일간)로 잡았던 것에 비해 더 길다. 정부 소식통은 3일 “통상 발사준비는 국제기구에 통보한 일정 가운데 초반부에 맞춰져 있고 나머지 기간은 유사시를 대비한 예비일로 보면 된다”며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김정일 생일 축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16일 며칠 전에는 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 정치일정상 16일 당일은 대규모 경축행사, 전날인 15일은 중앙보고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김정은이 이보다 앞서 발사버튼을 눌러야 주민들에게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과정에서도 이 같은 패턴이 드러난다.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이틀 전인 13일 장거리미사일을 무리하게 발사했다가 실패해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닷새 전인 12일 장거리미사일을 다시 발사해 성공했다. 3차 핵실험을 감행한 2013년 2월 12일의 경우 김정일 생일 나흘 전이고, 4차 핵실험에 나선 지난달 6일은 김정은의 생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미사일 발사에는 기상 상황도 변수로 작용한다. 북한 동창리 발사장의 기상예보에 따르면 8일에는 눈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후 13일까지는 맑다가 흐린 날이 반복되고, 이중 10일이 가장 맑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을 제외하면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날씨는 변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지난달 말 평양시 산음동의 병기연구소를 출발한 것으로 포착된 화물열차가 아직 동창리역에 나타나지 않고 있어 발사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군 소식통은 “발사장의 관련 시설이 자동화돼 있어 열차가 도착하면 실제 발사까지 며칠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2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제기구에 발사예정기간을 통보하며 평화적 목적의 위성발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발사체에 탄두와 항법장치를 달고 대기권 재진입에 필요한 기술을 덧붙이면 군용 탄도미사일이 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위성발사에도 똑같이 제재를 가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장거리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과 정밀유도장치의 기술적 문제만 해결하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통보한 1ㆍ2단추진체의 낙하좌표가 2012년 은하3호 때와 비슷한 점에 비춰 이번 발사는 군사적으로 발사체의 사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재진입체 기술 등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관측된다. 은하3호 발사 당시 사거리는 1만3,000㎞정도로 추정됐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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