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의 몸값 수십억원 호가… 법조계 현실 발가벗겨져
영장 실질 심사도 포기…정운호 로비 첫 구속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으로부터 거액 수임료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 변호사가 12일 구속됐다. 그는 이날 예정돼 있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포기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밤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최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 처음으로 구속된 법조인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1998년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졸업하고 판사로서 첫 발을 뗀 그는 법원 내에서 ‘다정다감하고 글 솜씨 좋은 법관’으로 통했다. 2006년 대법원이 발간하는 월간지가 선정하는 문예상 대상도 수상했다. ‘잘 나가는’ 판사였던 그는 2014년 2월 가족의 병 간호 등을 이유로 법복을 벗었다.
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지난달 22일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수감 중이던 정 대표를 구치소에서 접견하다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정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석방이 안 됐으니 수임료로 준 2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벌어졌다는 다툼은 곧 ‘20억원 고액 수임료’ 논란으로 불거졌다. 최 변호사가 애초 받은 수임료는 성공보수 30억원까지 더해 총 50억원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전관의 값어치가 수십억원을 호가한다는 법조계의 현실이 그를 통해 발가벗겨지기 시작했다.
이후 양측의 폭로전이 시작됐다. 최 변호사 측은 정 대표가 브로커들을 동원, 법원 등을 상대로 각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대표 쪽은 1,300억원대 투자 사기를 일으킨 이숨투자자문(이숨)과 최 변호사의 유착 정황을 공개했다. 이숨 대표인 송창수(40ㆍ수감 중)씨의 또 다른 사건(인베스트 투자사기)을 최 변호사가 맡으며 1심 실형이 2심 집행유예형으로 줄어 ‘전관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키웠다. 최 변호사가 송씨한테서 받은 수임료 또한 50억원으로 드러났다. 이숨 이사였던 브로커 이모(44)씨는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하며 정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결국 지난 3일 최 변호사 자택과 사무실, 네이처리퍼블릭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고, 증거인멸 정황에 소환 불응 조짐마저 보이자 그를 전격 체포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와 송씨에게서 받은 100억원이 ‘담당 재판부와의 교제ㆍ청탁’ 명목으로 받은 불법 수임료임을 확인했다.
정 대표 측이 이날 서울변호사회에 제출한 35쪽 분량의 답변서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 “보석으로 빼 주겠다. 법원 인사권자를 움직이면 된다. 배당도 내가 원하는 재판부에 해달라고 움직이면 된다”고 과시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30억원으로 깎아달라고 하자 ‘절대 안 된다’고 최 변호사가 답해 더 믿음이 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스스로 몸값을 높이려 한 최 변호사 본인이 초래한 ‘자승자박’인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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