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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에 정치혐오 남부 “공직자는 사생활 깨끗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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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에 정치혐오 남부 “공직자는 사생활 깨끗해야”

입력
2018.06.08 19: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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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스캔들ㆍ땅 투기 의혹…

“제대로 된 인물 없는 것 같다”

“개인사 없는 사람 있나” 엇갈려

이재명 지지 분위기 우세 속

사생활 공격에 흔들리는 양상

사전 투표율도 두 번째로 낮아

“그 나물에 그 밥 같아서...”

8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에서 만난 김봉준(54)씨는 여야 경기도지사 후보들에게 실망감부터 드러냈다. 김씨는 “신문보도를 보면 행실이 제대로 된 인물이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옷 가게를 하고 있다는 박모(38ㆍ여)씨도 선거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박씨는 “장사가 안돼 죽을 지경인데, 경제를 어떻게 살려보겠다는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도시와 농촌, 공장과 주택이 혼재돼 있는 경기남부지역. 유권자의 출신지역 비율도 비슷해 전국 선거의 축소판이라 불려온 이곳의 민심은 냉담했다. 6ㆍ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자체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했다. 여배우와의 불륜설, 형수욕설 논란, 제주 땅투기 의혹 등 경기지사 선거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면서 정치 불신이나 외면을 넘어서 혐오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날 시작된 사전투표에서도 이런 기류는 그대로 나타났다. 경기지역에서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체 유권자 1,053만3,027명 중 74만951명이 권리를 행사, 투표율(7.03%)은 전국 평균(8.77%)에 크게 못 미쳤다. 대구(6.89%)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전날(7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먹자골목에서 만난 도민들도 투표장에 갈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대체적으로 8년간 시장을 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야당이 거세게 몰아붙이는 이 후보의 ‘사생활’ 공격에 흔들리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분당에 사옥을 둔 기업에 다니는 김모(49)씨는 “사생활이 아무리 깨끗하지 못하다고 해도 박근혜, 이명박을 배출한 자유한국당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선출했던 지난해 대통령선거처럼 투표장에 반드시 가야 할지 절실함은 없다”고 고개를 돌렸다. 김씨의 동료 최모(45)씨는 “가정사, 개인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도 아들 마약에 이혼에 깨끗한 건 아니지 않으냐”고 이 후보를 거들었다.

반면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60대 남성은 “공직자는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 이 참에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자기 형수한테 욕을 하고 시민들 고발하기 좋아하고, 불륜설이 나오는데도 증거를 대라고 잡아떼는 거 보면 인격이 덜 된 것 같다”며 이 후보에게서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7일 오전 용인시 기흥구에서 만난 대학원생 이영민(27)씨는 “말보다는 실천, 실적이 먼저”라며 “성남시에서 다양한 청년정책을 선보인 이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언급했다.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친근한 이미지를 쌓고, 청년배당 등으로 젊은 층에 공을 들여온 이 후보가 또래에서는 ‘대세’라는 얘기였다. 대학생 유모(23ㆍ여)씨는 “정책이 아닌 네거티브만 벌이는 기존 정당과 후보들에 신물이 난다”며 정의당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50대 이상에서는 당이 아닌 후보만 보면 남 후보가 안정적이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었다. 용인시 처인구에서 사는 택시기사 이모(59)씨는 “뭐든 한쪽으로 쏠리면 좋지 않다”며 “남경필이 그 동안 경기도정은 큰 문제없이 잘 꾸려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여야 후보 4명은 이날 오전 사전투표를 마치고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국민은 억지 주장에 현혹되지 않으실 거라 확신한다”고 자신했고, 남 후보는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홍우 정의당 후보와 홍성규 민중당 후보도 사전투표 뒤 “새 시대,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선거일인 13일 투표하기로 했다. 김 후보 측은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숙려(熟廬) 투표’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원=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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