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노동계 중재안 수용으로 실마리… 비정규직 등 불씨 여전

알림

노동계 중재안 수용으로 실마리… 비정규직 등 불씨 여전

입력
2015.09.13 21:45
0 0

지난달 27일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화에 복귀 후 지지부진하던 협상이 13일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노사정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정부ㆍ경영계가 노동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 타결의 실마리가 됐다. 정부가 제출한 자체 입법안이 야당과 노동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좌초될 경우 노사정 대타협 과정을 무시하고서도 성과조차 내지 못했다는 후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ㆍ여당은 자신들이 제시한 대타협 시일(10일) 넘어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사정대화 결과와 상관없이 14일 당정협의를 열고, 16일 의원총회를 거친 뒤 자체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었다.

노사정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합의한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사무실에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정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합의한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사무실에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노동계 명분과 실리 교환… 경영계 사실상 빈손

이날 노사정 대표자들이 마련한 조정문안을 보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 완화와 일반해고 지침 마련에 대해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근로계약 해지 등 기준ㆍ절차 명확화와 관련해 “노사 및 전문가로 구성된 근로계약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두 가지 쟁점과제를 중장기로 논의하자”는 노동계의 중재안을 정부ㆍ경영계가 전격 수용한 것이다. 지난 4월 대타협 결렬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두 쟁점과제는 지난달 27일 논의 재개 이후에도 노동계와 정부ㆍ경영계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던 부분이었다. 다만 정부는 해당 쟁점을 다룬 조정문안에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문구를 넣어 향후 지침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하반기 중점과제로 추진했던 노동개혁의 물꼬를 틔웠다는 명분도 얻었다. 일부 산별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 복귀를 선언했던 한국노총 역시 자신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관철하는 성과를 냈다. 두 가지 쟁점과제 외에도 정부ㆍ경영계는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현행 2년→4년)ㆍ파견업종 확대를 추진했으나 이 역시 노동계의 요구대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국회 법안 의결시 반영”하기로 했다. 이들 과제에 대해 “즉각 입법화”를 요구해 온 경총은 사실상 얻은 것이 별로 없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대의를 위해 합의는 했지만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보다 많은 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논의 과정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

따라서 경총은 향후 논의에서 비정규직 기한 연장, 파견업종 확대 등을 관철시키려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제들은 지난해 고용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 포함됐을 정도로 정부 역시 끊임없이 요구했던 사안이다. 정부가 지침 등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 문구를 조정문안에 넣었기 때문에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또 다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노사정위에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대학 교수는 “단계별 합의 형식을 취하면서 급한 불부터 끄자고 노사정이 이번에 합의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극적인 합의를 이뤘으나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진행 중에 독자적으로 노동개혁 입법안을 내겠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의 ‘외골수 행보’가 이번 합의를 더욱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두 쟁점 과제에 대해 노사가 참여하는 공동연구 제안을 비공식적으로 검토(본보 8월 24일자 1면)한 바 있다. 지난 7일 노사정위 주최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쟁점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두 쟁점과제는 중장기로 논의해 입법 과제로 갖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으나 정부는 수용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 처리 가속화될 듯

이번 부분 합의 직후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월부터 논의해 온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 초안이 이제 완결판으로 나왔다”고 평했다. 이기권 장관도 “이번 합의를 통해 65개 노동개혁 과제에 대한 노사정의 뜻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줄다리기를 해왔던 노사정 대화는 대타협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사정이 지난 4월 상당 부분 공감대를 이룬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법제화, 사회안전망 확충 등 시급한 현안 처리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