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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 대가리? 우리도 감정이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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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 대가리? 우리도 감정이 있다구요

입력
2014.10.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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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모렐 지음ㆍ곽성혜 옮김

추수밭ㆍ452쪽ㆍ1만6,000원

과학 저널리스트가 6년간 취재한 동물 마음 연구 과학자들 이야기

“사육되는 닭, 돼지, 소의 복지는 염려하면서 물고기는 왜 신경 쓰지 않죠? 물고기도 동물이잖아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물고기 생물학자 빅토리아 브레이스웨이트는 양식장에서 사육되는 물고기의 복지를 걱정한다. 그는 땅에서 기르는 동물의 복지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과 달리 물고기에 대해선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는 인간이 물고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물고기는 감정을 경험하는 인지 능력이 있고, 자기를 인식할 줄 알고, 의식이 있습니다.”

브레이스웨이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곤충도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게 아니냐며 비꼰다. 개나 고양이, 소와 돼지가 인간과 다름 없는 감정을 느낀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물고기와 곤충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한다. 개미와 꿀벌, 붕어가 분노, 공포, 질투, 사랑을 느끼는 건 정말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한 허무맹랑한 일일까.

열정을 바쳐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사이언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세계적 과학저널에 소개해온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버지니아 모렐은 이 책에서 “다윈이라면 인간이 감지하는 통증과 고통이 영장류에서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른 동물에게서도 일정 정도 발견되리라고 예상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입증해줄 과학자들을 찾아 6년간 11개 나라의 동물 마음 연구 현장을 찾아 다니며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인간이 ‘하등동물’로 치부하는 개미를 시작으로 물총물고기, 앵무새, 쥐, 코끼리, 돌고래, 침팬지, 개와 늑대에 이르기까지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일생을 바쳐온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매사추세츠 브랜다이스대의 겸임 교수 이렌 페퍼버그는 ‘새대가리’라는 표현에 격노할지 모르겠다. 새에겐 거의 뇌가 없다고 믿는 과학자들의 오해에 맞서 30년 가까이 싸운 그는 “미리 프로그램된 뉴런 외에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텅 빈 뇌를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캐나다 산갈가마귀는 3만 개의 씨앗을 숨겼다가 6개월 후 도로 찾아낸다고 한다. 어떤 학자들은 많은 새가 의사소통 능력에서 유인원을 능가하고 발성 능력에서 불가사의할 정도로 인간과 유사하다고 믿는다.

1980년대 초부터 30년간 쥐의 놀이를 연구해온 신경학자 자크 판크세프는 쥐가 때론 킥킥대기도 하고 우울해 하기도 한다고 여긴다. 쥐가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동물이 죽음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다른 종에게 애정을 드러낸다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랫동안 코끼리를 관찰해온 연구자의 상당수는 코끼리가 다른 코끼리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수컷 돌고래가 자신에게 언어를 가르치던 여성에게 구애를 했다는 일화도 흥미롭다.

저자는 인간과 동물이 얼마나 닮았는지 증명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에게 중요한 질문은 ‘감정적이고 생각이 있는 다른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멸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대로 동물이 사라지게 해야 할까. 어떤 학자는 지구가 겪은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에 이어 인간의 생태계 파괴에 의한 여섯 번째 멸종을 경고한다. 모렐은 에필로그에 “우리와 다르지 않은 동물들에 관해 이렇듯 더 넓은 인식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여섯 번째 멸종의 끔찍한 비극을 어쩌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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