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ㆍ기업이 가장 꺼리는 극단의 방식을 지양해야"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성공하려면 노동계와 기업이 가장 꺼리는 ‘킬러 콘텐츠’ 도입은 지양해야 합니다.”
2000년대 초반 독일의 실업난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된 노동시장개혁위원회를 이끌었던 페터 하르츠(74) 박사는 2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주최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개혁 논의 당시 노동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없을 거라고 노동조합을 설득했고, 동시에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 마련도 함께 진행했었다”며 ‘합의의 묘’를 강조했다.
하르츠 박사는 단기직ㆍ시간제 근무를 도입해 고용시장을 유연화 했고, 당시 독일의 노동개혁은 그의 이름을 따 ‘하르츠 개혁’이라고 불린다.
그는 “독일이 10%대 고실업ㆍ경기침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합의의 정신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 노조는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는 덕에 기업과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경제 흐름과 상관없이 노동자 권익만을 위한다고 여기지 않는 것도 개혁의 성공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하르츠 개혁은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월급 450유로(약 54만원) 이하 일자리(미니잡) 확대 ▦창업한 기업에 한해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한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신규 고용시 해고보호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 규모를 기존 5인 이하에서 10인 이하로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고용유연화 방안이었다. 저임금 노동이 확산됐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양보를 바탕에 둔 대타협 정신은 우리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하르츠 박사는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로 만들려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기 보다는 그들이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재능진단 시스템을 구축하면 청년ㆍ장기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은 청년 실업자의 재능을 분석한 뒤 7개 직업군으로 분류한 150개 직무 중에서 알맞은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식으로 실업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
그는 “학업을 포기한 사람도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면 다시 의욕을 갖게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라며 “청년실업률이 높은 한국도 고려해볼만 하다”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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