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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민간 뒤에 숨어 조직적 보복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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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민간 뒤에 숨어 조직적 보복 ‘꼼수’

입력
2017.03.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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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ㆍ한중FTA 위배 의식해

공식적으론 관련성 부인

애국주의로 포장, 분위기 조성

일부 중국인 도 넘은 부화뇌동

중국 교육포털 사이트 ‘소후교육’의 사드 보복 지침 사설. 소후교육 홈페이지
중국 교육포털 사이트 ‘소후교육’의 사드 보복 지침 사설. 소후교육 홈페이지

중국의 한국을 겨냥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이 갈수록 치졸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갖가지 보복 조치를 주도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민간의 자발적 조치인 양 형식적으로는 뒤로 빠져 있고, 일부 군중심리에 휩싸인 중국인들은 노골적이고 비상식적인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실상 사드 보복의 주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한령(禁韓令)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온 데에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의 구두지시가 있었고, 15일부터 중국 여행사들이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중단하고 한국부나 한일부 등 한국관광 업무를 맡아온 사내조직을 없앤 과정에는 국가여유국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중국 민간기업들이 당국의 지시 없이 외교적 논란을 빚을 수 있는 조치를 단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제 광전총국이나 국가여유국의 구두지시가 있었고 불응할 경우에 대한 경고와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드 보복 조치와의 관련성을 부인한 채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 외교부 대변인이 “외국 기업 활동의 성패는 전적으로 중국 인민의 민심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한 소식통은 15일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의 팔을 비틀고 사드 보복을 애국주의로 포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자신들은 정작 제3자인 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사드 보복이 중국 정부 자신도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고 해외투자를 환영한다는 선전과 모순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사드 보복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규범을 위배했다고 제소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분위기를 잡아나가자 일부 중국 기업들과 중국인들은 도를 넘게 부화뇌동하고 있다. 인기 포털사이트 소후(搜狐)가 교육면에 ‘아이들이 왜 한국 제품을 먹지 말고 한국 여행을 가지 말라고 하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설명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한 게 단적인 예다. 반한 감정을 비뚤어진 애국 교육으로 포장한 것이다.

일부 대형마트는 근무시간에 직원들을 동원해 중장비로 롯데 음료ㆍ소주를 짓뭉갠 뒤 사드 반대 구호를 외치게 했고, 한국 음식 판매 체인점으로 돈을 번 몇몇 외식업체는 부랴부랴 한국업체가 아니라는 광고 문구를 대문짝만하게 내걸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롯데마트 매장에 가서 제품에 손상을 가하거나 한국 자동차의 뒷유리를 파손하는 영상을 자랑삼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셰톈밍(謝天明)이라는 가수는 ‘우리는 롯데 제품을 사지 말자’’롯데는 중국에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미국을 위해 장소를 제공했다’같은 가사를 담은 ‘반(反)사드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이 곡은 각종 음악사이트 조회수가 60만 건에 이른다.

베이징(北京)의 한 대기업 주재원은 중국이 경제 규모에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강대국의 위치에 올라섰다지만 치졸한 사드 보복 행태를 보면 ‘덩치 큰 어린애’나 다를 바 없다”며 혀를 찼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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