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10일 오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논의됐고 이후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 카드가 나오기까지 정부 내에서도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강경론이 대체적인 기류였지만, 대북 지렛대의 마지막 카드를 너무 일찍 써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엿보였다.
이날 정부 당국자가 개성공단 조치에 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화는 이 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 조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 ‘잠정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전면중단’이라고 말을 바꿨다. 전면중단이란 표현이 나오기까지 정부 내에서도 적잖은 온도 차가 있었던 방증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에도 정부는 개성공단에서 대해 우리 국민들의 신변안전 보호를 위한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하는 데 그쳤을 뿐,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신년 업무보고 뒤 “개성공단의 폐쇄 철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안정적으로 개성공단을 운영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의 상징적 가치와 우리 기업들의 피해 등에 비춰보면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내리기에 정부로서도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러나 7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정부의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홍 장관은 지난 8일 개성공단을 제재수단으로 포함해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광명성 발사가 가장 큰 이유가 된 셈이다”며 “국제사회의 만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단호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 하에 개성공단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강성 기류는 결국 이날 개성공단 중단 조치 발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란 표현이 동원됐고, 재가동 조건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재가동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성공단을 통한 현금 유입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2013년 개성공단 폐쇄 사태 때 만 하더라도 폐쇄가 아닌 철수, 전면 중단이 아닌 잠정중단이라고 톤 다운에 나섰던 기류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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