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애창곡 '빙고' 등 두 나라 노래 열곡 번갈아 연주
메뉴 카드엔 이심전심·미래개척… 이례적 동시통역으로 효과 2배
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이어 특별오찬까지 함께 하며 1992년 수교 이후 가장 돈독한 한중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전승절 행사 참석차 방중한 정상들 가운데 유일하게 박 대통령에게 별도의 오찬 시간을 할애하는 등 ‘오랜 친구(라오펑요ㆍ老朋友)’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 ‘이심전심’ 확인한 특별 오찬 회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에서 34분에 걸쳐 정상회담을 한 뒤 인민대회당 안에 마련된 오찬장으로 곧바로 자리를 옮겨 1시간4분 간 특별 회담을 이어갔다. 시 주석은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30여개국 정상들 중 유일하게 박 대통령과 단독 오찬 회담을 가졌다. 청와대는 “양자 특별 오찬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날로 발전하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방중한 다른 정상들의 눈을 의식해 특별 오찬 계획에 대한 보안을 유지할 것을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찬장에선 두 나라의 노래 열 곡이 번갈아 연주됐다. 양국의 ‘문화 교류와 끈끈한 정서적 유대’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중국은 박 대통령의 18번인 거북이의 ‘빙고’, 드라마 ‘대장금’과 ‘별에서 온 그대’ 주제가인 ‘오나라’와 ‘마이 데스티니(My destiny)’, ‘아리랑’을 선곡했다. 중국 노래 중엔 시 주석의 부인이자 인기 가수인 펑리위안 여사의 ‘희망의 들판에서’, 영화 ‘첨밀밀’의 주제가 ‘월량대표아적심’ 등이 나왔다.
오찬 테이블에 놓인 메뉴 카드에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진이 나란히 인쇄돼 있었다. 박 대통령의 사진 밑에는 ‘이심전심(以心傳心)’과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시 주석의 사진 아래엔 ‘번영창조(繁榮創造)’, ‘미래개척(未來開拓)’이라는 글귀가 한글과 한자로 적혔다. ‘두 정상의 두터운 신뢰와 양국관계의 발전적 미래’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시 주석은 지난해 방한 때 ‘믿음이 없으면 서 있을 수 없다’는 의미의 무신불립이 양국 국민이 간직해 온 공동 이념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또 양국 정부 고위 인사들을 분야별로 두 명 씩 짝지어 앉게 해 ‘양국 간 협력 증진’을 강조했다. 오찬 메뉴는 해삼 찜과 꽃등심 스테이크, 딤섬 등이었다.
● 이례적 ‘동시 통역’으로 두 배의 효과 낸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은 동시 통역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양측 통역요원이 정상들의 말을 번갈아 통역하는 순차 통역에 비해 회담 효과와 밀도가 두 배였다”며 “회담 시간은 34분이었지만 실제로는 한 시간 넘게 회담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의 면담도 동시 통역으로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동시 통역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이는 이례적인 일로 안다”고 말했다.
푸른색 상의를 입고 베이징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자주색 상의로 갈아 입었다. 행운과 부(富) 등을 의미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인 붉은색을 활용한 ‘패션 외교’로 중국을 배려한 선택이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중 정상회담에서 거의 매번 붉은 색 옷을 입었다.
베이징=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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