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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이념 잣대 들이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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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이념 잣대 들이댄 정부

입력
2015.01.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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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논란 신은미 파문 겪은 문체부...우수문학도서 선정 기준 항목에

'특정 이념 치우치지 않은 순수문학'

문단선 표현의 자유 침해·검열 인식...작가회의 "1950년대로 퇴보"비판

문화체육관광부가 우수문학도서 선정기준을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으로 규정했다. 문인들은 “1950년대 반공문학의 우회적 표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공개된 문체부 업무보고서 ‘2015년도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사업 추진방향’에 따르면 올해 우수문학도서의 선정 기준은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 우수문학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작품 ▦인문학 등 지식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로 결정됐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이란 항목이다. 우리 문단에서 순수문학은 참여문학의 대척적 개념으로 사용돼 왔다. 현실을 비판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참여문학과 달리, 순수문학은 시대 상황과 무관하게 작품의 완성도 자체에 목적을 두는 문학을 의미한다. 이번 선정기준이 현실비판적인 시나 소설은 우수도서에서 제외하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이유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1950년대 순수-참여문학 논쟁 당시 순수주의 문학은 사실상 극우반공문학의 다른 이름이었다”며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를 1950년대로 퇴보시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술ㆍ교양도서가 아니라 문학도서에서 이 같은 기준을 적용키로 한 것은 최근 신은미씨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신씨가 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2013년 문체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다가 뒤늦게 종북 논란에 휘말려 7일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후의 문체부 행보는 재발 방지를 위한 보완책 마련에 가깝다. 15일 공개된 2015년 문체부 우수도서 사업운영방향에는 ‘도서 선정 사후에라도 사회 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도서선정위원장 등 3명 내외의 소위원회에서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항목과 ‘선정 취소 시 해당 도서는 전량 회수해 폐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체부는 이중삼중으로 안전망을 쳐놓고도 우수도서 선정에서 공공도서관 사서들의 추천 비율을 지난해 14%에서 올해 30%로 대폭 늘렸다. 외부 인사가 우수도서 선정에 개입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학 출판계는 이번 사태를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출판 검열로 인식하고 대응을 검토 중이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중요한 건 우수도서가 되고 말고가 아니라 정부가 문학을 바라보는 태도”라며 “보고서의 문구가 ‘문학은 좌파에 장악됐다’는 정부의 인식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순수와 참여로 대립시켜 종북몰이를 할 셈인 것 같다”며 “우수도서 선정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하자고 출판계에 촉구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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